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 : "다시 묻겠다. 제가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김문수 위원장 :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김영진 의원 :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취소하세요!"
이학영 의원 :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간첩이라는 거예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의 한 마디에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이 발칵 뒤집혔다. 과거 김 위원장이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두고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윤 의원이 이날 직접 "지금도 그 생각 그대로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민주당 쪽에서 곧장 고성이 빗발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뭐 하자는 거냐", "국회에 대한 모욕이다",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라", "김 위원장 말을 다시 들어보자"고 맞섰다. 소란 끝에 전해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의 증인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 권위를 모욕해선 안 된다"라며 "위원회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여야가 협의하라"며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의원이 간첩이란 거냐", "정치판 어떻게 이리 됐나" 항의 고성... 국감 파행
해당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20분간 강하게 항의하며 김 위원장의 공식 사과와 위원회 차원의 고발 조치를 촉구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김문수 증인이 '수령님께 충성한다'는 발언에 '변함이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것은, 용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본다"라며 "국회 모독"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 발언대로면 윤 의원이 간첩인데, 지금 우리가 간첩과 함께 국감을 하고 있는 거냐"라며 "간첩인 윤 의원을 쫓아내건, 그 발언을 취소하지 않는 경사노위 위원장을 쫓아내건 하지 않고서는 국감을 계속 할 수 없다"고 했다.
노웅래 의원은 "국감 들어오기 전에 김 위원장이 사고 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지금 사고를 친 거다"라며 "확실히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나가든지, 김문수 당신이 나가든지 해야 한다. 정치판이 어떻게 이렇게 됐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자인 윤건영 의원은 "애초에 이 질문을 던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답변을 듣고 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이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가 우리 당에게 '친일 국방'이라고 하는데, 정치적 공방이니 언급하지 않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김문수 위원장의 답변을 일방적으로 자른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엄호했다.
'춘향전' 망언 등 줄줄이... 국민의힘 의원조차 "입장 표명 필요"
이외에도 이날 국감 내내 지난 4일 새로 취임한 김 위원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최근 "불법파업엔 손배 폭탄이 특효약",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가정이 파탄 난다" 등 반노동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것은 물론, 과거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 "세월호는 죽음의 굿판", "춘향전은 춘향이 OOOO는 것", "소녀시대 OOOO" 등 파문을 일으켰던 망언들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관련 기사:
김문수 "노란봉투법, 민법 허물어... 손배소는 반드시 유지돼야" http://omn.kr/214cv )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은) 과거 북한에 백신을 나눠주자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남로당'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위원장은 "표현은 좀 과했지만, 제가 제도권 공직에 있을 때와 광장에서 말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춘향전 망언, 러시아 처녀 성매수 망언, 소녀시대 망언 등 너무 더러운 발언들이라서 차마 입으로 담지조차 못 하겠다"라며 "이렇게 사회적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어떻게 경사노위 위원장이 되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려는 기색을 보이다가도 번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 '화물연대가 북한에서 하는 것과 똑같다'는 등 막말을 하고, 대화의 가장 큰 파트너인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자, 김 의원은 일단 "과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곧 이 의원이 "경사노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확인하자, 김 위원장은 "(제 발언이) 그냥 다 막말이라고 표현하시는데, 구체적 사안들을 살펴보려면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 "너무 포괄적이라 사과가 안 될 부분도 있다. 맥락 없이 제목들만 뽑아놓고 무조건 사과하라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이에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김 위원장 답변이 성실하지 않다. 질문에 뭉뚱그려 답하거나, 사과할 부분에 대해 사과를 얘기했다가도 다시 다른 의미로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당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조차 "전용기 의원이나 이은주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저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아마 계속 문제가 될 것 같은데, 김 위원장께서 한번 명료한 입장을 표명해주시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