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 관련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실질적 핵공유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이러한 안보 사항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확인하거나 명시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윤석열 정부가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비해 미국에 사실상 '한국형 핵 공유' 개념의 확장 억제(핵우산)를 요청했으며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전술핵을 국내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제인가 그저께 말씀드렸다. 그것을 갖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거기(미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 제가 수없이 얘기를 드렸고, 대통령으로서 지금 현재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토론회 등에서 "핵 공유나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게 된다. 그때부터는 비핵화 문제가 아니라 핵 군축 문제로 넘어간다"며 미군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었다.
하지만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최근 언급은 전술핵 재배치의 여지를 남겨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술핵과 관련해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연일 전술핵 재배치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2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이 곧바로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남북한은 지난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의 비핵화를 약속하는 공동선언을 했다. 1950년대 이후 주한미군은 핵배낭과 핵포탄 등 수백발 규모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했지만, 남북의 비핵화공동선언 이후 모두 철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