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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헌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 ⓒ 정대희
 
한승헌 변호사가 세상을 하직할 때 신문의 부고 기사에서 '전직 검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사람이 놀랐다고 한다. 이른바 검찰공화국의 '검사상'을 연상해서일 것이다. 

그는 1960년 11월 검사로 임명되어 부산지방검찰청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 27세 때이다.

"충무에서의 검사생활은 빛과 어둠이 교차되는 낯선 체험이었다. 정치적 독재가 무너진 4.19 후의 사회분위기는 무질서 쪽으로 많이 기울어서 폭력과 밀수행위가 늘어나고 있었다. 부임 후 며칠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술집 여인 피살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이른바 '이즈하라(嚴原) 특공대'의 밀수사건이 자주 적발되기도 했다. (주석 6)

그에게 검사직은 성격상으로 맞지 않았고, 그래서 충무는 문인과 예술인을 많이 배출하고, 향토에 남아서 작품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들과 자주 어울렸다. 그곳 문인들의 초청을 받고 시낭송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개인 시화전을 갖기도 했다. 

1961년 가을 '미림'이라는 다방에서 열린 나의 시화전은 나로서는 잊기 어려운 추억이자 '만용'이었다. 그때 그림을 맡아주신 분이 지금 부산에서 활약 중인 김종근 화백이었다. 

시화전 출품 작품을 중심으로 <인간귀향>이라는 시집을 묶어내기도 했는데, 우선 현직 검사의 시화전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런저런 인연으로 해서 나는 훗날 충무 출신의 여러 인사들과 교분을 두터이 하고 지낼 수가 있었다. (주석 7)

충무시절 그는 야간에 직업소년학교(정식 명칭은 '충무고등공민학교')의 교사가 되어 불우 청소년들을 가르쳤다. 가정형편으로 중학진학을 포기하려 했던 어릴적 추억을 회상하며 성심성의를 다해 교단에 섰다.

1962년 봄, 법무부 검찰국으로 전보되었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동안 장관 세 사람(조병일ㆍ장영순ㆍ민복기)을 모셨다. 그의 필력이 알려지면서 장ㆍ차관의 이ㆍ취임사를 쓰게 되고, 업무와 무관한 각종 기념사ㆍ축사를 작성하였다. 장ㆍ차관을 수행하여 군사정권의 최고 권부이던 국가재건최고회의에, 브리핑 차드나 보고 관련 문서를 챙겨들고 수행했다. 

태평로에 있던 최고회의에 가면, 5.16쿠데타의 '공신'이라 할 장교들을 회의장에서 볼 수 있었다. 현역 군인 20여 명이 국정 최고기관을 장악하던 그 암흑기는 살벌하고 음침하기만 했다. 영관급 장교들조차 거만한 표정으로 장차관들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주석 8)

1963년 여름에 서울지검으로 전보되었다. 이렇다할 배경이 없는 그가 일선검사들이 가장 원한다는 서울지검으로 발령이 난 것은 법무부에서의 능력이 평가된 것이다. 서울지검 관하 여주지청의 지청장의 사고로 지청장 직무대리로 한 달 동안 여주에서 지내기도 하였다. 얼마 후 그는 망설이지 않고 사표를 냈다. 검사생활 5년만이다.

1965년이 되자 검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점차 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능한 검사로서 나라에 이바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성격상, 사람의 죄책을 추궁하는 것보다는 억울한 사람을 옹호하는 변호 활동이 적성에 맞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법조 경력도 낮은 초년 검사로서 변호사 개업을 한다는 것이 만만한 모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표를 냈다. 상부에 내 심정을 거듭 말씀드렸다. 마침내 한 달 후에 나는 소원대로 검사 옷을 벗고 나왔다. 검사 임관 5년 만의 일이었다. (주석 9)


주석
6> <정치재판의 현장>, 46쪽.
7> 앞의 책, 47쪽. 
8> <자서전>, 64쪽.
9> 앞의 책, 66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승헌 #시대의양심_한승헌평전#한승헌변호사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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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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