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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윤 대통령, 대장동 특검 수용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번지자 특검 제안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재명 "윤 대통령, 대장동 특검 수용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번지자 특검 제안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 남소연
 
검찰이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 개발 이익을 둘러싼 부패사건은 이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됐다.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는 이틀 전 체포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 관계자들로부터 수억 원을 받았고, 이 돈이 당시 대선을 준비 중이던 이재명 대표 경선캠프로 흘러 들어갔다고 본다. 김 부원장은 체포 후 낸 입장문에서 "검찰의 조작의혹"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장동 의혹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과 공모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 성남도시공사에 손해를 끼쳤고(배임) ▲이 과정에서 유씨가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얼개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김용 부원장이 등장하면서 국면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 휴대폰 인멸을 시도한 일 역시 김 부원장과 대선자금 문제를 논의한 흔적을 감추려던 것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방향 튼 검찰, 당황스런 이재명... "의원들도 불안"
 
검찰,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당직자와 대치중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진입을 시도하다 이들을 가로막는 당직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검찰,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당직자와 대치중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진입을 시도하다 이들을 가로막는 당직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정치인과 정당 모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다. 게다가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대적인 수사를 계기로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자취를 감춘 터라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줄곧 말을 아껴오던 이 대표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털어도 먼지조차 안 나오니 있지도 않은 '불법대선자금'을 만들고 있다"며 전면대응에 나선 데에도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당이 경선을 하고, 또 본선을 치르는 데에 있어서 불법적인 비용을 쓴다는 것은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으로 해보려다가 안 되니까 결국은 민주당에게도 타격을 줘서 (여권이) 총선 때 유리한 입지도 확보할 수 있고,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적(政敵)인 이재명 대표도 제거할 수 있는, 일거양득 차원에서 (수사가) 이렇게 치닫는 것"이라고 봤다.

한 민주당 의원도 '대선자금 의혹'이란 상황 변화 자체가 "검찰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설령 김용 부원장의 혐의가 사실이더라도 그건 대선자금이 아니라 경선자금"이라며 "대선자금은 민주당이 불법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의미이지만, 경선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은 당이 쓴 게 아니다. 둘의 뉘앙스 차이는 크다"고 짚었다. 다만 이번 수사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하나로 엮이면서 "의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은 "경선자금이라고 해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고, 현재는 당대표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만 "정국이 한쪽으로 확 기울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싶겠지만 많이 올라가야 30%대 중반일 것"이라며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이 대표말고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수사 과정에서 더 구체적인 사법문제가 나와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진영 결집효과 있지만... 누구도 웃지 못하는 이유
 
국민의힘 법사위 단독 개의에 항의하는 민주당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단독으로 개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를 비롯한 법사위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위원장석을 에워싼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야당탄압 규탄한다' 피켓을 펼치자, 국민의힘 위원들은 '부패척결 민생국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 단독 개의에 항의하는 민주당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단독으로 개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를 비롯한 법사위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위원장석을 에워싼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야당탄압 규탄한다' 피켓을 펼치자, 국민의힘 위원들은 '부패척결 민생국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마냥 웃기는 어렵다. 한국갤럽이 10월 18~20일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7%로 전주 대비 1%p 하락했는데, 중도층에서 6%p나 떨어졌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전주 대비 1%p 오르고 민주당은 5%p 감소해 33% 동률을 기록했다.(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이재명 사법리스크' 영향을 받은 셈이다.

결국 여권도, 야권도, 국민도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최대한 지지층을 긁어모으려 할 테고, 수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아우르면서 민주당은 하나로 묶여서 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쪽이 싫어서 다른 한쪽을 선택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니까 중도/무당층은 더 늘 것"이라고 봤다. 그는 "대선 때 여야 서로 비난만 하던 구도가 이대로면 2024년 총선까지 가겠다"고도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역시 "윤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로 국정운영 동력을 얻을 것 같진 않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이날 '대장동 특검'을 다시 제안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대표는 코너에 몰릴 때마다 특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오늘도 그 조건으로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을 언급했는데 현직 대통령이라 수사·소추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이재명과 윤석열의 적대적 공생관계로 계속 가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힌 셈"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검찰, 이재명 최측근 김용 전격 체포... "검찰 조작의혹" http://omn.kr/218a1
8시간 대치끝 일단 물러났지만... 검찰 "추후 집행하겠다" http://omn.kr/218hq
이재명의 승부수 "대장동 특검 하자, 정부여당 거부해도 안 물러선다" http://omn.kr/219nv
윤 대통령 지지율 5주째 20%대... 중도층 긍정 18% http://omn.kr/219lj

#이재명#민주당#윤석열#검찰#불법 대선자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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