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조국이라는 이름 앞에 / 뜻 모으기까지 얼마나 망설이다 / 용기를 냈을까요 / 6환 50전 /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들 / 한 잔 술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 이 돈은 그냥 돈이 아닙니다 / 그들의 피눈물입니다 / 온갖 치욕을 견딘 삶의 전부입니다..."(최상해 시 "아름다운 이름" 일부).
'사상(思想) 기생'으로 불리기도 했던 '강릉 관기 8명'의 이름을 떠올린 최상해 시인은 "작은 물방울이 모여 / 거대한 폭포가 되고 강물이 되듯 / 그들이 모은 한 닢, / 한 닢의 용기가 / 조국 독립을 염원하는 이름이 되어 / 오늘도, 강릉 하늘 저 높은 곳에서 / 반짝반짝 빛지고 있습니다"고 했다.
이 시를 비롯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친일 발언'을 한 여당 인사가 읽었으면 하는 시들이 묶여 있는 책이 나왔다. '객토문학동인'들이 이번에 <아름다운 이름>(수우당 간)이라는 제목으로 낸 동인지다. 1990년 창원지역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모임으로 출발한 '객토'는 해마다 책을 묶어 내고 있으며, 이번에 18번째 나온 것이다.
김성대, 노민영, 박덕선, 배재운, 이규석, 이상호, 정은호, 최상해, 표성배, 허영옥 시인이 '우리 지역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시를 썼다. 독립운동가들이 바로 '아름다운 이름'인 것이다.
'팔의사(8義士)'와 함께 배중세, 팽삼진, 이교영, 박응양, 곽종석(면우), 하도인, 황귀호, 남남덕, 이순근, 안용봉, 배재황, 강달룡, 강병창, 곽진근, 강제형, 박재선, 김윤생 선생을 비롯해 '의령 여성항일독립운동가'까지 객토 시인들이 아름답게 읊었다.
박덕선 시인은 시 "면우 곽종석"에서 "서슬 퍼런 일갈에 펜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나는 / 선생 함자 하나 모르고 살았다는 게 부끄럽기 그지없어 / 님을 따르고자 지새는 밤에 귀뚜라미 울음 옹찹니다"라고, 김성대 시인은 시 "팔의사"에서 "8의사의 정신은 마산 정신의 발원이 되어 합포만으로 면면히 흐르고 있고, 우리의 오늘은 님들의 정신이 만들어 온 내일이 되었다"며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다.
"... 공의 활동을 증명할 사람이 / 오래전 부산으로 이사 간 후 연락되지 않고 / 일경에 고초를 겪었거나, 수감당한 자료가 없어 /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였으니 / 미력하지만 안타까운 마음 모아 / 선생께 감사와 기원의 두 손 모은다"(허영옥 시 "김윤생" 일부).
"마른 땅에 봄비가 스며들어 새싹을 키워내듯 / 민중의 가슴에 독립의 싹을 키운 사람 있으니 / 창녕의 하도인 선생이다 ... 아직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지 못했지만 / 창녕 땅 곳곳에 스민 선생의 큰 공로 / 거목으로 남아 / 오래도록 꽃을 피울 것이다"(배재운 시 "하도인" 일부).
노민영 시인은 "이교영"을 통해 한국현대사의 아픔인 한국전쟁 속에서 미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로 독립운동가 이교영 선생이 학살된 비참한 삶을 시로 다루고 있다.
이규석 시인은 남남덕‧이순근 선생, 이상호 시인은 안용복 선생을 떠올렸다. 이들은 독립운동가로서 큰 활약을 펼쳤으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라며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독립운동을 인정받지 못하고 최근에야 인정되었거나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시로 다루고 있다.
객토문학동인은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를 모셨다"며 "독립운동가 하면 떠오르는 분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독립운동을 했지만, 그 기록이 사라져 남아있지 않거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로 낙인찍혀 뚜렷한 기록이 있어도 독립운동가 서훈을 박탈한 국가의 만행과 아직도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하신 분들, 그분들을 발굴 해내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고 있다"고 했다.
객토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일제 잔재와 친일 매국노 후손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이런 독립운동가 정신을 따라 걷고 마음속에 되새겨보는 것이 나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이름>은 말하고 있다"고 했다.
시인들은 "독립운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친일 잔재다. 올해도 연례행사처럼 광복절이 지나갔다. 광복절 의미를 부러 되새겨 보지 않아도 이날만큼은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하여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가한 만행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국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행동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지났다. 지금도 이 역사적 사실, 민족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이는 해방정국을 거치면서 반민족행위자를 청산하지 못한 배신의 시간 때문이다. 그 중심에 정치가 있다. 오늘날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이유가 이렇게 단순하다"고 했다.
객토문학동인은 "여기 모신 독립운동가는 동인들 출생지에 따라 그 지역 독립운동가 중 독립운동에 대한 증언이나 기록이 부족하여 혹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라 해서 그 공이 배제된 이들을 찾아 그분의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작고 미비하다. 그래도 객토는 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