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정례 핵훈련을 실시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6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의 지도하에 육상, 해상, 공중에서 전략적 억지력 훈련을 실시하고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훈련의 목표 임무를 모두 달성했다"라며 "발사한 모든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러시아가 사전 통보... 오해 줄였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적의 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상 발사대와 핵잠수함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미그-31 전투기, 장거리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95 등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영상을 통해 훈련 상황을 보고 받았다.
러시아가 핵 훈련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19일 이후 8개월 만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전날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사전 통보하며 양국이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정례적으로 하는 훈련"이라며 "러시아는 명분 없는 침공과 핵 위협을 하고 있지만, 군비 통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통보는 우리가 놀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오해를 줄여준다"라고 설명했다.
러 "우크라가 '더티 밤' 사용하려고"... 핵 공격 명분 쌓기?
그러나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dirty bomb)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실시한 것이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티 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무기다. 폭발하면 인체와 주변 환경을 방사성 물질로 오염시키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은 비인도적 무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더티 밤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거론됐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의 주장이 거짓 뉴스라고 일축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서방 국가들이 우리의 주장을 묵살하지만, 그렇다고 더티 밤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