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건전재정' 정책을 비판하면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민생재정'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취약계층 예산을 줄인 윤석열 정부 방침에 맞서 경기도의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실제 정책 구현에 나섰다.
김 지사는 26일 '10월 도정 열린회의'에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국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조건 건전재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재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중앙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축소,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삭감 방침을 언급하면서 "우리 도는 거꾸로 노인일자리 사업량을 늘리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계속해서 확대해가겠다"며 "이 두 가지는 중앙정부 예산 편성 방향과는 상반되는 우리 도의 의지"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선언한 가운데 김동연 지사는 지난 25일 SNS를 통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듣고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신뢰와 믿음을 갖게 된 국민이 얼마나 될까 걱정스럽다"며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고, 혼란스럽다"고 맹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줄이거나 삭감한 민생예산, 경기도에선 오히려 확대 추진
김 지사는 도청 간부들이 참석하는 '10월 도정 열린회의'에서 "(중앙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생재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제 얘기는 내년 경기도 예산 편성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거듭 '민생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민생재정, 민생예산 편성에 있어 마이크로 레벨, 경제위기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경기도 복지국의 노인일자리 사업과 여성가족국의 국공립 어린이집 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중앙정부에서는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약 4천 명 정도 축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노인일자리를 줄이고 있는데, 우리 도는 거꾸로 노인일자리 사업량을 늘리려고 한다"며 "국가에서 매칭해 주는 사업은 줄었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노인일자리를 1만 개 이상 늘리는 것이 예산 편성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도는 생계유지가 절실한 저소득 고령층의 복지 사각지대 발생을 우려해 지방비 342억 원을 추가 편성, 내년도 노인일자리 총사업량을 10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국공립 어린이집 등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에서는 예산을 20% 가까이 줄였는데, 우리는 2026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보육 이용률을 50%까지 늘리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지난달 민선 8기 내 공공보육 이용률을 현재 31.5%에서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 19.3%와 시설 개선 예산 10%를 삭감한 중앙정부 방침과 상반된 내용이다.
김 지사는 지난 '8월 도정 열린회의'에서도 정부의 내년 지역화폐 지원예산 전액 삭감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정부가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이런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경제 침체로 연결돼 민생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김 지사는 이어 "(그동안) 일정 부분 합의를 통해 지역화폐 정책으로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를 위해 애썼는데, (이번 결정은) 중앙정부의 정책 신뢰도와 안정성에도 대단히 문제가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지역화폐의 중요성을 공감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에 지역화폐 예산이 반영되지 않거나 적은 금액이 반영될 경우 "플랜 B를 통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등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경기도만의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김 지사는 지난 25일에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내년에는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데 지금 제대로 돈을 써야 추경 소요도 줄어든다"면서 지역사랑상품권, 공공임대주택, 노인일자리 예산 등을 중앙정부가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부총리 출신 재정 전문가인 김동연 지사는 이 글에서 현재 상황을 패권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정에서 생긴 복합적 경제위기로 진단하고 민생재정 원칙과 함께 신속하고 과감한 대책, 가계와 기업 부채 부실화 방지를 위한 금리 인상 속도와 폭 조절 등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 김동연 지사의 '민생재정' 우선 방침은 경기도 예산 편성에 그대로 적용됐다. 경기도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도민복지 사업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2022년 2차 추가경정 예산안(추경안)으로 편성해 지난 9월 8일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추경안에는 ▲소상공인 매출과 소비 진작을 위한 지역화폐 발행예산 385억 원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 저소득자 지원을 위한 대환대출 예산 114억 원 ▲저출산 극복을 위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121억 원 ▲남양주 화도-운수 확포장 사업 200억 원 등 장기 미추진 SOC사업 예산 ▲광역교통 기반 확충을 위한 GTX 플러스 용역사업 12억 원 등의 예산이 담겼다. 특히 경기도는 버스 파업으로 인한 도민의 피해를 막고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하기 위해 추경안에 버스유류비 200억 원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야 동수의 경기도의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한 달을 넘긴 현시점까지도 2차 추경안이 처리되지 않아 도민 복지와 지역경제 회복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영유아 보육료, 긴급 복지, 행복주택 건설사업 등 국가와 지방이 함께 예산을 편성해 진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의 집행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편, 경기도의회의 내년도 본예산 심의는 다음 달 18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