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이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논의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AP,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특히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한러 관계는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인도적 지원이 아닌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서방의 말을 절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이 이를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 등 서방은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바꾸고 평화롭게 문제를 풀어가도록 미국이 신호를 주기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서방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할 권리를 지키려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서방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푸틴 "핵무기 사용 언급한 적 없지만... 존재하는 한 사용 위험 있어"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 언급한 적이 없다"라면서도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 사용의 위험은 항상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는 군사 독트린(원칙)이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9월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한 발언이 핵무기 사용으로 풀이된 것에 대해 "서방이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러시아군의 정례 핵 훈련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핵 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한 민족"이라며 "지금은 내전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바이든, G20 회의서 푸틴 만나지 않을 것"
아울러 "현재 국제사회에 여러 분쟁이 발생하면서 인류가 위험에 처했다"라며 "그럼에도 서방은 여전히 식민주의에 사로잡혀서 다른 문명의 발전 저해하려 한다"라고 서방을 거듭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역사적 경계에 서 있다"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고 예측할 불가능하며 중요한 10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더 이상 서방이 세계를 주도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며 세계 질서를 이끌 새로운 중심지로 아시아를 지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새로운 힘의 중심이 태어났고, 서방은 아시아라는 라이벌을 만나자 모든 규칙을 내팽개쳤다"라며 "서방이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힘에 정당하게 맞서지 못하자 경제 제재를 내리고 혁명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핵개발에 대해서도 미국과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합의에 거의 도달했으나, 미국이 이를 뒤집고 북한에 제재를 부과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마주 앉을 의사가 없다"라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