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후보가 '재창당'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정의당 제7기 대표로 28일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총 8842명(투표율 50.26%)이 참여한 결선투표에서 63.05%(5426표)를 얻어 36.95%(3180표)를 기록한 김윤기 후보를 넉넉하게 제쳤다. 앞서 그는 1차 투표(10월 14~19일)에서 49.91%를 득표, 간발의 차로 과반 득표에 실패했고 지난 23~28일 동안 김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렀다.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어야"
이 대표는 당선소감에서 "'정의당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선거는 이 물음에 답해야 했다"며 "경선 기간, 수많은 당원과 시민을 만나면서 저는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직 선거를 하는 와중에도 일터에선 사람들이 죽었고 해고노동자는 평생 감당할 수 없는 손배소에 시달렸다"며 "그들의 곁에 서서 싸우는 것이 정의당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 스스로가 정의당에 희망을 품을 수 없다면, 이들에게 무슨 희망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은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라며 "그래서 저는 다시 희망을 말한다. 우리 정의당이 이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게 주어진 2년의 시간 동안 정의당을 반드시 일으켜야 한다는 절박함, 그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또 "반년 동안 정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념투쟁과 사정정국으로 정치를 마비시키고,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기구는 철저히 무시할 것이며, 노동자 서민들은 죽지 않을 만큼만 구제해 줄 테니 가진 것 없는 국민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빚내서 경제성장에 이바지하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마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단점만 골라 만든 윤석열 정부, 민주화 이래 '역대 최악의 정부'라 할 만 하다"고도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2중대'란 오명을 떼고 '선명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막말과 무능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역할, 야당의 역할을 다했다 자족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반대편만 쫓아다니는 진영정치도 이제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철저하게 민생의 전장에서 싸우겠다"며 "정치와 경제에서 자신의 자리는 없다는 절망감, 고립과 외로움의 시대를 뛰어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고, 양당 체제를 뛰어넘기 위해 정의당은 더욱 강해져야 한다"며 당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진보 집권의 길이 조금은 멀고 험난해졌지만, 멈춰 설 수 없다"며 "우리의 시선과 실천이 사회적 약자의 곁에 분명히 서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당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오늘 당직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 기간 주셨던 매서운 비판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거대양당은 모두 축하논평을 냈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분열의 정치가 득세하고 있다. 정치가 통합과 화합이란 본령을 외면할 때 결국 사각지대에 남겨지는 것은 약자"라며 "정의당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약자들의 목소리를 국회에 잘 전달해주리라 믿는다. 건강한 야당으로서 국민의힘과 함께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정미 신임 당대표는 정의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시켜야 할 중책을 자임했다"며 "정의당이 가야할 혁신의 길은 성장통을 요구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정의당의 변화된 모습을 응원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이 우리 사회와 정치에 더욱 크게 이바지해주기를 바라며 함께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