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이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일제히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금세기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한국의 서울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으로 몰려들면서 갇히고 짓밟혀 150명 넘게 숨졌다"라며 "사망자 대부분이 10대와 20대"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이 정도로 인명 피해가 많았던 직전 사고도 젊은이들의 피해가 컸다"라면서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페리 침몰 사고로 숨진 304명도 대부분 고교생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 침몰은 느슨한 안전기준과 규제 실패를 드러냈다"며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공공 안전기준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급구조원들,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심폐소생술 요청"
<뉴욕타임스>도 "이번 압사 사고는 한국이 평화로운 시기에 발생한 가장 치명적 참사 중 하나"라면서 "오래 전부터 홍보했던 행사였기에 인파 관리와 안전 계획 등과 관련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태원에 대해 "트렌디한 식당과 주점,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유흥 지역"이라며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올해는 특히 더 인파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더 나아가 "금세기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라면서 "일부 목격자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군중이 흥분하면서 통제를 잃는 모습을 보였다"라는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목격자를 인용해 "이날 밤 이태원은 유난히 사람들로 붐볐으며, 인파에 휘말려 그저 밀려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라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마주한 응급구조원들은 혼돈의 거리에서 심폐소생술을 했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도 부상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 전문가 "안전 계획과 훈련된 인력 없으면 참사 반복"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고는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 1일 인도네시아의 한 축구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던 축구팬들이 깔려 최소 130명이 숨진 사건에 이어 한 달만에 두 차례나 대규모 압사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현장 영상과 사진을 보면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은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지국 특파원 켈리 카술리스 조 기자는 "응급구조대가 몇 시간 동안 시신을 옮기고 있는 곳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떨어지지 않은 술집에서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라며 "당시 새벽 5시였고, 일부 사람들은 바로 옆 거리에서 비극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대형 행사는 인파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계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라며 "군중 밀집을 예측 및 방지하는 프로세스가 없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NHK 방송도 "일단 군중에 휘말리면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라며 "이런 사고를 피하려면 사람이 밀집한 좁은 골목이나 역 앞, 인파의 흐름을 예상해서 가까이 가지 않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일본인의 피해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으나, 주한 일본대사관이 정보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