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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호주인 네이선 타베르니티의 AP통신 인터뷰 기사 갈무리.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호주인 네이선 타베르니티의 AP통신 인터뷰 기사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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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이 정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이태원 압사 참사'를 사과했으나 당국의 부실 대응으로 인한 국민적 분노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주목했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각) "한국 당국자들이 15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가고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라며 "정부가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수년 만에 다시 발생한 국가적 참사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같은 날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 7천 명의 경찰을 배치한 반면에 이태원에는 137명 만이 배치됐고, 이마저도 군중 통제가 아닌 범죄 예방에 집중됐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태원에 갔다가 사고 현장에서 겨우 빠져나왔으나, 친구를 잃었다는 호주인 네이선 타베르니티(24)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을 알았다면 충분한 경찰력과 응급 서비스가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사고는 정부의 잘못된 관리와 능력 부족의 결과라고 100% 믿는다"라며 "올해는 분명히 경찰 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I believe 100% that this incident is a result of the government's mismanagement and the lack of ability because I have known that Halloween event has always been this big in Itaewon. This year there was clearly not enough police presence.)"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고 당시) 몇몇 여성이 미끄러져 넘어졌고, 갑자기 더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하며 비명을 질렀다"라며 인파 속에서 친구의 손을 잡았으나 다른 사람들의 무게에 짓눌려 놓아야 했다"라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군중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인근에 있는 술집과 클럽에 문을 열어달라고 외쳤으나 누구도 듣지 않았다"라며 "사고 후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나중에 도로에 늘어져 있는 시신들 가운데 친구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특정 개인 잘못 아냐"... 관계 당국들 '책임 떠넘기기' 비판 
 
서울 이태원 참사 원인을 분석한 영국 BBC 갈무리.
 서울 이태원 참사 원인을 분석한 영국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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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경찰이 사고 당시 누군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밀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나선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국의 주요 스포츠 행사에서 군중 통제를 담당했던 이세 머피는 "상당수 군중 밀집 사고에서 질서를 외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거나 밀집도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경찰이 특정 개인을 조사하고, 이들에게 사고 원인을 돌린다면 매우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도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사고 당시)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돕지 않고 다투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라며 "극도의 압박이 가해졌을 때 다른 사람을 밀친 젊은이를 비난할 수는 없으며, 사전에 군중을 통제하지 못한 당국에 책임이 있다"라고 전했다.

BBC 방송은 "경찰청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교통공사에 이태원역 무정차를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공사 측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뒤 공식적인 요청을 받았다고 반박했다"라며 "용산경찰서도 이태원상인연합회로부터 경찰 배치를 최소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상인회 측은 이를 부인하는 등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황을 거론하며 "증거, 전문가의 분석, 당국의 공식 사과는 분명한 실패(glaring failures)를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용산구에 대해서도 "용산구 홈페이지에 따르면 핼러윈을 앞두고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이태원역 안전, 쓰레기 수거, 불법주차 대책 등을 논의했으나 누구도 군중 통제 문제를 제기했거나 논의했다는 내용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외국 전문가 "밀집도 높은 곳 관찰하는 법 배워야"
 
전문가들의 서울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전문가들의 서울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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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발생한 군중 충돌을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absolutely avoidab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불과 몇 주 전 이태원에서 정부가 후원하는 글로벌 축제가 열렸을 때와 달리 핼러윈 참사 당일에는 차량 통제나 보행자를 안내하는 폴리스라인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이 5만5000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열었을 때도 1300명의 경찰이 배치됐고, 한국은 정치 집회가 열릴 때 작은 규모라도 군중 통제를 위해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라고 비교했다.

이어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가 콘서트나 집회와는 다르고, 한국에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규정이 없지만 경찰은 사고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가 "경찰 배치의 주요 목적은 군중 통제가 아닌 병렬 작업(parallel job)이었다"라고 말한 것을 덧붙였다. 

또한 사고가 벌어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대해 "위험한 병목 지역이라는 점을 경찰과 관련 당국이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했지만, 경찰·서울시·정부 중 누구도 이 지역의 군중 통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밀라드 하가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교수 "당국은 밀집도가 높은 곳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며 "과거의 사건을 통해 이번에 서울에서 벌어진 사고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과거 핼러윈 주말에 이태원역을 찾은 사람이 2019년 9만6400명, 2018년 10만2200명이고 올해는 약 13만 명까지 급증한 것을 거론하며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는 최근 10년간 인기가 점점 늘어났고, 특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서 열광적인 인파가 몰렸다"라며 "그럼에도 관계 당국이 이를 예상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 언론 "이태원 참사, 남의 일 아냐" 대비 촉구 

한편, 일본 언론은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신문>은 1일 자 사설에서 "일본인을 포함해 300명 넘는 사상자가 나온 참사에 너무 고통스러워 할 말을 잃었다"라며 "희생자분들께 애도를 전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군중 밀집을 막을 수 없었는지, 경계 태세는 충분했는지 등 풀어야 할 점이 많다"라며 "다만 과도한 경계로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키거나 집회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은 2014년에도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해 300명 넘게 숨졌고, 또다시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을 지키지 못한 사고를 자책하며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을 거듭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군중을 통제하는 'DJ 폴리스'를 소개하는 NHK 뉴스 갈무리.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군중을 통제하는 'DJ 폴리스'를 소개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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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런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라며 "일본에서도 1956년 정월을 맞아 효고현의 한 신사에 참배객이 몰리면서 124명이 압사했고, 2001년 불꽃놀이 축제에서도 11명이 숨졌던 사고를 거론했다.

이어 "한국 언론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군중의 통행을 유도하는 일본의 'DJ(디스크자키) 폴리스'를 소개하고 있다"라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이 노하우를 제공하고, 한국도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도 매년 핼러윈마다 도쿄 시부야에 인파가 몰리고, 이태원처럼 좁은 언덕이 곳곳에 있다"라며 "이번에 서울에서 벌어진 비극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고,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거리로 나오는 인파가 늘어나고 있어 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태그:#이태원 참사, #압사 사고, #군중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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