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월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 다음 날 내놓은 이 발언들은 사흘 만의 공식 사과 이후에도 여론의 중심에 서있다. 참사 전후 빗발친 '112 신고 녹취록' 공개 이후 경찰 지휘 체계의 부실이 확인 되면서, 이 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이 경질론으로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정의당 "이상민·윤희근 즉각 파면하고 대통령이 사과하라" http://omn.kr/21fyd ).
4개월 전 "경찰 지휘·견제로 민생 치안 관리" 책임 강조
행안부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 및 최종 책임 권한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당시 이 장관 스스로 강조한 대목이다. 이 장관은 여러 기자회견과 자료 배포를 이어가며 행안부 장관의 '경찰 최종 지휘권'을 명문화했다.
지난 6월 27일, 행안부가 경찰업무조직 신설 방침을 처음 언론에 발표할 당시 자료를 보면, 경찰청 위의 지휘라인을 명시한 대목이 나온다. 경찰청 역시 "대통령-국무총리-행정안전부장관-경찰청'의 지휘 라인에 위치한 점을 감안"해야 하므로, 행안부장관의 경찰 지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경찰국이 설치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에 대한 적절한 지휘와 견제를 통해 국민의 인권 보호와 민생 치안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관리,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자료를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장관이 경찰에 대한 직접 지휘권이 없던 과거에, 사회적 참사 또는 사고 발생 시 장관이 지휘책임을 진 사례들을 나열했다. ▲1994년 지존파 살인사건, 성수대교 붕괴, 자치단체 부정부패 ▲2001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시위 경찰 유혈폭력 진압 ▲2003년 한총련 사태 등이다.
국민 생명과 신체 보호를 언급한 대목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청 및 소방청과의 체계적인 업무 수행이 필요하여 정책 및 인사 등에 대해 긴밀한 승인 및 보고 등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계획이다."
실제 이 내용은 행안부령으로 지난 8월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으로 제정됐다.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 대통령실 "감찰, 수사 지켜볼 것"
경찰개혁네트워크 운영위원인 이창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안부장관에게 치안사무에 관한 경찰청 지휘 권한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줄곧 잘못된 해석이므로 '장관에게 지휘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하는 만큼, 정부 책임자로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을 강조한 만큼,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인한 책임도 그 권한만큼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 장관의 책임론이 부상함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 장관의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자신의 SNS에 윤희근 경찰청장 경질과 이상민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감찰과 수사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 볼 것"이라면서 "정무적 책임도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