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리실 역은 이태원역입니다
- 송경동(시인)
2022년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압사 당할 것 같아요
…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
2022년 10월 29일 밤 8시 9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경찰) 이태원 3번 출구 맞은편? (신고자) 네. 네
(경찰) 길 건너인가요? (신고자) 네. 길 건너서요
… 네. 부탁 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밤 8시 33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 큰일 날 것 같은데 … 지금 심각해요 진짜
… 제가 영상 찍어놓은 것도 있는데 보내드릴 방법 있을까요 ?
(경찰) 112 문자로 보내시면 됩니다.
… 다른 친구 걸로 해도 되나요 ?
(경찰) 아. 뭐 친구분 걸로 하셔도 될 것 같아요.
2022년 10월 29일 밤 8시 53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요 거의 … (경찰) 압사를 당하고 있다고요?
… 네네,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지금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 네. 네. 지금 바로 오셔야 할 거 같아요. 긴급출동하셔야 될 거 같은데요
… 사람들이 지금 밀려요 지금 계속… 저는 지금 구조 돼 있고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2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진짜 사고날 것 같아요. 사람들 다 난리 났거든요.
… 네.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7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이태원 위쪽 할로윈 거리인데요.
…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10분
(경찰관) 긴급신고 112입니다
지금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 압사당할 것 같다고요. 축제 중인데. (경찰) 예, 예.
… 아, 저기 저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51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지금 여기…, 아우…
…네. 빨리 좀 와주세요.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여기 지금 이태원 사람 많잖아요. 예, 근데, 거기서 아우…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애서 통제 좀 해주세요. 예?
… 가자, 이제 전화 끊어도 되죠
(경찰) 예, 출동해볼게요. … 전화 끊으셔도 됩니다.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11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경찰) 예, 압사
… 아~ (비명소리) 아~ (비명소리),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21분 소방대 도착했지만 현장 접근 어려움.
2022년 10월 30일 오전 3시. 소방당국, 사망자 120명, 부상자 100명 발표
2022년 10월 30일 오전 6시. 소방당국, 사망자 149명, 부상자 76명 발표
2022년 10월 30일 오전 9시 30분. 소방당국,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 발표
"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2022년 10월 29일 밤 축제가 열리던
이태원 골목에서 156명의 청춘들이 압사 당했지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안전대책회의 요구에 "내년 예산안 논의"가 먼저라 하고
대통령실은 '주최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경찰과 행정력은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어 책임이 없다 하고
국무총리는 사고를 전하는 외신기자단회견장에서
농담따먹기를 하며 희멀건 얼굴로 피식피식 웃고
행정안전부장관은 당일 오후에 있었던 광화문 소요와 시위대 탓이라 하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되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고
구청장은 할 일을 다했다고 했지
경찰은 뒤늦게 누가 최초로 밀었는지를 찾겠다고
경찰 501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했지
경찰청 정보국은 단 이틀 만에 신속히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라는
… 주요 단체와 인사 동정이 사찰된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지
정부 대응 지침은
"참사, 희생자라는 용어를 사고, 사망자로 통일하라."였지
"현장의 참혹한 사진들 유포를 막고 영정에서조차 얼굴을 지우라."였지
"신속한 애도로 정부비판의 흐름을 죽여라"였지
2014년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 승객들을 구하지 않고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을 회피한
박근혜는 끝내 구속되었지
사고라니 참사라니 살인이지 학살이지
4시간 전부터 다급했던 11번의 긴급구조 신고를 받고도
태평한 국가가 죽인 거지
헌법 제32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이후
주도면밀하게 이 죽임의 축제를 주최한 자는 대한민국 정부지
11번의 긴급구조 신고를 받고도
156명의 숨이 멎어갈 동안 있지 않았던 정부는
있을 필요가 없는 정부지
그 책임을 거부한 정부는 정부가 아니지
아무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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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2009년 용산 철거민학살 진상규명 투쟁 과정에
동료 문학인들과 편집해 엮은 르포산문집 이름이지
2009년 우리는 그렇게 매일 용산역에서 내렸지
거기서 구청과 특공경찰과 사제용역깡패들로 이루어진
삼각편대 공권력이 오갈 곳 없는 망루 끝까지 철거민들을 몰아
다섯 명의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였지
공무라 했지
살아남은 철거민들만 구속되었지
함께 망루에 올랐다 살아남은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구속됐지
오세훈이 서울시장 이명박이 대통령이었지
촛불항쟁으로 그들이 세운
또 다른 대통령을 탄핵하고 촛불정부를 세웠지만
용산 학살의 주역들은 단죄되지 않았고
용산 철거민 희생자들과 구속자들의 진상규명과
명예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지
세월호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지
권력이 된 그들은 말했지
앞으로 나아 갈 일들이 많은데
지난 일에 연연하는 건 미숙한 생각으로
편협하고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20년 집권을 하려면 적폐청산은 적당히 하고
관료들과 재벌들을 살살 달래며 함께 가야 한다고
… 그렇게 얼키고 설켜
… 2021년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이 되고
… 2022년 이명박의 후예들이 대통령실을 다시 장악했지
"지금 다시 내리실 역은 이태원역입니다"
… 여전히 이건 참사가 아니지 학살이지
애도만 해도 충분한 일이 있는 반면
다함께 분노해도 모자란 일들이 있지
이런 소리가 불편하다고, 그래도 할 수 없지
늘 진실의 목소리는 가시처럼 불편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