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에 경남 의령군을 방문한 이유가 개인적인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궁이 계속되자, 박 구청장은 의령군의 지역 축제 초청 공문을 받아 의령에 내려간 것이라면서도 "지역 축제엔 참석하지 않았다"라고 실토했다. 참고로, 의령군은 박 구청장의 고향이다. 결국 박 구청장이 '핼러윈데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는 7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현안 질의를 실시했다. 박 구청장은 이 자리에 증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핼러윈 대책회의 참석 안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선 지난 10월 26일 있었던 핼러윈데이 대비 민관합동 대책회의에 박 구청장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질타했다. 용 의원은 "10월 26일 구청장 중심으로 매년 준비됐던 핼러윈데이 기간 긴급대책회의엔 왜 안 갔나?"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부구청장 주재로, 관례대로 하는 거라고 해서, 잘 부탁한다고 이렇게 면밀하게 잘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답했다.
부구청장 주재가 '관행'이라는 박 구청장의 해명과 달리,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핼러윈 축제 대비 민관합동 대책회의는 성장현 당시 용산구청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용 의원은 박 구청장에게 참사 당일의 행적을 물었다. 용 의원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있던 날 아침부터 동선을 시간대별로 말해보시라"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아침 6시 30분 의령으로 갔다"고 답했다.
용 의원이 "의령은 왜 갔느냐"고 추가로 묻자, 박 구청장은 "자매 도시 초청 방문으로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이 "지역 축제 초청 공문을 받아서 다녀온 '출장' 맞느냐"고 추궁하자, 박 구청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공문은 받았다"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참고로 10월 28일부터 사흘간 의령군에선 '리치리치페스티벌(부자축제)'가 열렸다.
"참사 당일 집안일 때문에 의령 갔다" 지적에... 박희영 "사실 아니다"
이에 용혜인 의원은 서류를 한 장 들어 보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청장은 집안일이 있어서 (10월 29일) 새벽 6시경 용산을 출발했고, 11시경 경남 의령에 도착했다. 그리고 2시쯤 의령군수를 만나 10분 정도 짧은 티타임을 했다. 오후 4시경 의령을 출발해서 밤 8시 20분경 용산에 도착했다.
지역 축제 초청 공문을 받아 (의령에) 다녀왔다는 해명은 사실이 아니다. 이게 제가 조금 전에 받은, 의령군청에서 보낸 공문이다. 여기 보면 (의령군이 용산구청장을) 28일 행사에 초청했다. 28일이 행사가 개막한 날이니까 공식 행사에 외빈을 초청한다면, 당연히 개막식 일정에 초청할 일이다. 용산구청에선 구청장이 (행사에) 못 간다고 답변하고 영상 축사를 보냈다."
용 의원은 "개막식에 축사를 보내고, 집안일 때문에 의령에 가서 (출장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군수님, 얼굴 한 번 보시죠' 하고 티타임 한 거 아니냐"라고 박 구청장을 추궁했다. 박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역 축제 초청 공문' 받아 의령 갔지만... "축제엔 참석 안 했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했다고 해명하지 않았느냐. 거짓말 한 것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퇴해라"고 지속해서 몰아세우자, 박 구청장은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 적 없다. 면담을 하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지역 축제엔 참석하지 않았다"라고 실토했다.
결국 박 구청장의 말을 종합해 봐도 그는 핼러윈데이 안전사고 대비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참사 당일엔 의령군수와 티타임을 위해서 새벽 6시부터 밤 8시 20분까지 용산구를 비운 셈이다.
용 의원 질의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선 "에휴" "으휴" "이게 무슨" 등의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