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차기 대선까지 좌우할 중간선거가 막을 올린다.
미국은 8일(현지시각)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치른다.
이번 중간선거는 임기의 반환점을 돈 바이든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를 비롯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 등이 걸려 있어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다.
개표 결과는 선거 당일 오후 7시(한국시간 9일 오전 9시) 미국 동부 지역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지역은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12월 6일)를 치러야 한다.
접전 속 '민주당 열세' 전망... 우크라·유럽도 불안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하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10월 30일∼11월 2일 실시·오차범위 ±4.5%p)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50%와 48%로 나왔다.
같은 날 NBC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11월 3~5일 실시·오차범위 ±3.5%p) 결과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율이 각각 48%와 47%로 나타났다.
그러나 판세는 민주당이 다소 불리하다. WP는 "역대 사례를 보면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확실하게 앞서야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통상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의 지지가 실제보다 약하게 반영된다는 뜻이다.
ABC 방송도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강한 역풍에 직면했다는 것"이라며 "경제에 대한 불만족과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탓에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WP·ABC 여론조사에서 '무엇으로 지지 정당을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은 경제(8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민주주의 위협(73%), 인플레이션(71%) 등이 뒤를 이었다.
40년 만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와 에너지 가격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 및 인권 보장을 강조하다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경제로 방향을 튼 이유다.
하원은 공화당이 탈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접전이 예상되는 상원마저 내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향후 국정 동력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 출마까지 불확실해진다. 최악의 경우 탄핵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7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탄핵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절대로 (탄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나는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한다"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줄 수는 없다"라며 지원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이번 선거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다.
트럼프 부활 막아라... 바이든·오바마·클린턴 '총출동'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전현직 대통령이 유세에 총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우리는 2년 전 트럼프를 전직 대통령이자 패배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여전히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번 중간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든 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민주당이 만약 패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인물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를 정치적 부활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는 지난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라고 외치자 "매우, 매우, 매우 그럴 것(very, very, very probably)"이라며 "모두 준비하고 있자"라고 예고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와 조지아주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두 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을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만약 공화당이 두 곳을 따낸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는 한껏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구하려면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다음 대선에서 아름다운 집(백악관)을 되찾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