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진석 의원이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두고 날을 세웠다. 앞서 <펜앤드마이크>는 문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해 보도했다. 문 의원은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읽고 있었는데, 이 부원장은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과 사진, 각자의 사연 등을 공개하고 당 차원의 추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등을 요구하며 여권을 강하게 압박해왔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회적 참사를 정쟁 소재로 끌고 와 무리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여당은 특히 이번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발판 삼아, 야당이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국가적 슬픔을 이용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주호영 "민주당 속내 적나라하게 드러나... 정치공세의 도구로 활용"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민주당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라며 "이러한 발상은 비공개 수사원칙을 규정하는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방법도 가리지 않겠다, 또 이전의 광우병·세월호에 있어서의 행태를 그대로 재연해서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초기만 해도 수습에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며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국가적 애도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민적 비극을 정치공세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태원 희생자 유족들 대다수는 신상공개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라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또 유족들의 뜻을 따라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적 애도기간은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심정적으로 상중에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국민의힘은 전날(7일) 논평을 통해서도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비극과 슬픔을 그리고 애도의 마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설마했던 민주당의 의심스러운 발언과 행태들이 역시나로 드러났다"라며 "국민적 슬픔을 이용해 정치적 셈법만을 따지고 있는 민주당의 저열한 행태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원내대변인 또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서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해 희생자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기로 한 것과 정반대 행태"라며 "이 국가적 참사를 이용해 국민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며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눈물까지도 이용하려는 잔혹한 정치"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명단 공개 차원 아니야... 소름 끼쳤다"
개별 의원들의 비판도 거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은 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참사를 좀 더 정쟁적인 요소로 끌고 가려는, 아니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그런 의도가 보인다"라며 "여당의 입장에서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명단 공개 차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역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라는 문장에선 소름이 끼쳤다"라고 얘기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참 잔인들 하시다"라며 "진정, 책임자 처벌보다 희생자 얼굴과 프로필을 공개하는 것이 더 시급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분들과 함께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라며 "유가족들과 국민을 더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들려는 정치권의 무거운 책임보다는 정쟁의 소재로서 유가족들을 활용하려고 하는 듯한 모습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라며 "정말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다하지 못했던 무거운 책임감을 숙연하게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일들을 가지고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활용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으면 천벌 받을 것이다. 진짜"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논의 전혀 이뤄진 바 없다... 부적절한 의견, 상상 자체가 불가능"
한편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은 문진석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저의 핸드폰 사진은 개인간 텔레그램이며, 저에게 보내온 메시지를 읽은 것"이라며 "해당 메시지는 개인 의견이며, 저는 텔레그램 메시지와 관련해 분명하게 거부의 뜻을 전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부원장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만약 그런 제안을 누군가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라며 "그런 의견을 당내에서 논의할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이 아닌 개인 의견일 뿐이며, 당에서도 해당 제안을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해 거리를 두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