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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에서 수녀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에서 수녀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정세훈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서기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 내리막길 10만 인파에 밀려
압사 희생당한 1백5십6명
대한민국 젊디젊은 아들 딸들아!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 국민의
늙어가는 한 사람으로써
어미와 아비의 맘으로
용서를 빈다.

주장만 있고 의견과 토론을 무시하는
나만 옳고 상대는 옳지 않은
탓하고 헐뜯고 저주하고 편 가르고
독차지하고 누리고
책임감 없고 사명감 없는
정치와 자본이 득시글거리고,
이에 너도나도 철저히 편승하는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주체할 수 있는
눈으로 흘리는 눈물로가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목구멍으로 흘리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멈출 수 있는
눈에서 나오는 눈물로가 아니라
멈출 수 없는
목구멍에서 나오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소리내어 울 수 있는
눈으로 우는 눈물로가 아니라
소리내어 울 수 없는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아들 딸
자식이 죽었을 때
눈 대신 목구멍으로 우는
어미와 아비 맘으로
용서를 빈다

목구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하늘과 땅의 맘으로
용서를 빈다.

너무 슬퍼서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부끄러워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면목 없어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염치없어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그저, 그저, 용서만 빈다.

서기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 내리막길 10만 인파에 밀려
압사 희생당한 1백5십6명
대한민국 젊디젊은 자식들아!
첨부파일
추모시.hwp

#이태원#참사#희생자#추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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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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