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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연합뉴스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TBS 직원들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TBS 폐지 조례안 통과에 따라 TBS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지원은 오는 2024년부터 전면 중단된다.

서울시의회는 1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76명 전원 명의로 발의된 조례안은 표결에서 찬성 73표를 얻어 가결됐다.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동안 T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조례는 TBS 지원조례(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한다는 한 줄짜리 조례로, 이 조례안이 시행되면 서울시가 TBS에 지원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의 시행일은 2024년 1월 1일로 명시됐다. TBS는 연간 예산 500여억 원 중 70%를 서울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서울시의 TBS 지원예산은 올해 320억 원, 내년엔 232억 원이 책정돼 있다. 이 예산이 없으면 TBS는 사실상 운영 불가 상태에 놓인다.

조례안은 군사작전을 하듯 신속하게 통과됐다.

당초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2일 조례안 상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겨 15일 오전 조례안을 통과시켜서 본회의에 올렸다. 김기덕 민주당 시의원은 조례안 상정에 앞서 "상임위 심사가 원래 22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15일로 앞당겨졌다"며 "시급한 게 아닌데, 이렇게 상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유정희 민주당 시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애초 폐지조례안 발의 목적은 TBS 기능 정상화가 아니라 국민의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을 편성하는 TBS 지원을 끊는 것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준비 없이 발의됐다"며 "토론과 논의 절차를 무시한 채, 조례 하나로 재단을 해체시키고자 하는 것은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언론탄압"이라고 밝혔다.

박유진 민주당 시의원도 "400명 TBS 노동자의 생존권을 한 방에 날리는 의사결정을 해놓고 시민이 원하는 결과라고 포장하는 것은 (시의회에 주어진) 권력을 넘어서는 언론탄압으로 가는 명백한 월권"이라며 "무단횡단하는 사람에게 10년형을 때리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주당 시의원들은 TBS 지원 폐지 조례안 상정에 앞서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본회의 표결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고, 재석의원 73명 중 72명이 찬성했으며, 1명은 기권했다.
 
▲ 서울시의회 출입 통제에 항의하는 TBS 직원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의 'TBS 지원 폐지 조례안' 표결 처리가 진행되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는 TBS 직원들이 출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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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연합뉴스
  
TBS 노조 "시정홍보방송 시도 용납 않을 것"

TBS 노조와 직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와 TBS노동조합은 "한국 방송사에서 처음으로 지자체로부터 독립된 재단을 만들어 설립한 지역 공영방송 TBS가 불과 몇십 분 만에 사라지고 있다"며 "지난 의회에서 만들어진 (TBS 지원) 조례가 개정도 아닌 폐지되는 이 사태가 정상적인 민주주의 과정인가"라고 반문했다.

두 노조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포기한 서울시의회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며 "우리는 이전의 조례안보다 더욱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TBS 조례안을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 것이다. 지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례 유예기간 1년 동안 낙하산 사장과 꼭두각시 이사로 시정 홍보 방송을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례가 폐지됐지만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어떤 꼼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TBS의 정치적 독립과 시민에 대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TBS 직원들은 본회의 방청을 위해 본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TBS 직원들이 "시민들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강력 항의했지만 경찰은 시의회 의장 지시에 따른 조치라고 하면서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TBS#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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