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허리를 숙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17일째 만에 다시 한 번 나온 대국민 사과였다.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아래 이태원사고조사특위)가 15일 오후, 용산구청을 방문해 참사 수습과 관련한 현안들을 보고받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면담하는 자리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이자 당 이태원사고조사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은 "용산구청은 이번 사고의 미흡한 안전사고 예방조치, 현장에서의 안일한 대처 등으로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곳"이라며 "용산구청은 주민 안전에 무한 책임지는 자세로 보고에 성실히 임하고, 계속 이어지는 특수본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달라"라고 지적했다. 박희영 구청장 역시 국민의힘 소속이다.
박희영 "할 수만 있다면 시간 되돌리고 싶다... 회피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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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만난 용산구청장 "제 불찰, 용서 구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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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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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용산구청 대회의실에 선 박 구청장은 감정을 추스르는 듯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라며 "상상도 못한 참사가 일어나니 (그 뒤) 보름이 넘도록 제 가슴은 무거운 자책과 후회에 휩싸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젊음이 넘치던 이태원 거리에서 그토록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내다보지 못하고, 소중한 젊은이들을 보살피지 못했다"라며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했다. 특히 "사태 수습에 경황이 없었다. 섣부른 행정으로 큰 혼란을 드렸다"라며 "제 불찰에 감히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참사의 책임을 지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행정적 대처가 미흡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박 구청장은 "진상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라며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준비한 발언을 마쳤다. 사과문 낭독을 마친 그는 울먹이면서 90도로 인사했다. 이후 일정은 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 질타는 있었지만 거취 표명은 없었다
170여 분,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공개 회의 이후, 국민의힘 이태원사고조사특위 소속 위원들은 용산구청 기자실에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러나 이들은 박희영 구청장의 거취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구청 앞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구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형수 의원은 박 구청장 스스로 본인 거취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기자들이 묻자 "그런 말씀은 없었다"라고 했다. 또한 특위 소속 위원들 역시도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없었다"라며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부분은 지적했다"라고 덧붙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박희영 구청장을 제소한 데 이어 윤리위 역시도 자체적으로 박희영 구청장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태원사고조사특위 차원에서 윤리위 관련 지적은 없었다.
이만희 의원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이 나오자 "지금 특위 차원에서 그런(윤리위 제소) 판단보다는, 당시 사전적인 대응이라든지 현장 조치사항 또 사후 대응 태세 점검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점검,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그런 부분(윤리위 징계)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라는 것.
국민의힘 이태원사고조사특위는 이날 비공개 회의 뒤 "핼러윈 관련 대책 회의가 2019년 이전에 수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앉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특위 측은 "용산구청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전이나 당일 구청에서 단 한 명도 현장답사를 하지 않은 점,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 재난 안전 문자는 원래 당직실에서 보냈어야했으나 시스템이 미비하여 부산에 있는 담당자에게 연락하는 과정에서 발송이 늦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주죄 측'이 없는 행사라도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라며 "박 용산구청장에게는 당일 행적에 대해 해명을 듣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으며, 용산구청장에 대한 문제가 집중제기 되고 있는 상황에 스스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라고 전했다. 박 구청장 행적 관련 거짓말 논란이 이는 데 대해서는 "너무 경황이 없는 중에 기억의 혼선"이 있었다며 박 구청장이 "사과했다"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