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16일 오후 7시 45분]
"저, 의원님, 한 말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이것으로 증인에 대한 심문을 모두 마치겠다"라면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현안질의를 정리하려던 참이었다.
16일 오후,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마지막 발언 자리에서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서장으로서 고인과 유족들께 제가 뭐라고, 사죄든 뭐든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죄인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정말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도 없고, 경찰서장으로서 국민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 죄책감은 평생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한 말씀만 더 드리겠다"라며 "당시 우리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응급상황을 맞이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무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애절하게, 제발 살려달라고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보고를 하겠다는 경찰관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보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 저희 직원들을 탓할 수가 없다"라는 취지였다.
이 전 서장은 "오롯이 다 경찰서장의 책임"이라며 "정말 우리 용산서 직원들은 한 분이라도 구하기 위해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손이 덜덜 떨리도록 구출해내고, 옷이 흠뻑 땀에 젖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도한 비난과 질책은 (용산경찰서 현장 직원들) 대신 현장 지휘관이자 경찰서장이었던 제게 해주시라. 제가 다 받겠다"라며 "제가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그날 보고체계라든지 아니면 미흡했던 모든 부분에 대해서 제가 다 책임을 지겠다. 정말 죄송스럽고 또 죄송스럽다"라고 발언을 마쳤다. 이날 이 전 서장이 답변 중 감정을 추스르며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눈물 보인 류미진 전 과장 "근무 성실히 하지 못해 책임 통감... 정말 죄송"
그러자 이채익 위원장은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에게도 마지막 발언 기회를 줬다. 류미진 전 과장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일일 상황관리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류 전 과장은 "제가 당일 상황관리관으로 근무를 성실히 하지 못하고, 이런 큰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며 "다시 한번 이태원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겠다. 유가족과 국민들께 정말정말 죄송하다"라고 짧게 마지막 발언을 마쳤다. 그러면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류미진 전 과장에게도 행안위 위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류 전 과장은 그날 당직임에도 불구하고 참사 전 112상황실로 쏟아진 신고들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그가 참사를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23시 39분에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전용폰을 통해"서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4분이 지난 뒤였다.
그는 규정상 당직근무 장소인 112상황실이 아니라 본인의 사무실에 혼자 머무느라 참사 상황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로 반복해 진술했다. 그러한 근무 형태가 "관례" "관행"이라고 표현해 몇몇 위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당시 (112상황실 내) 요원들이 어떻게 근무했는지는 제가 잘 모른다"라는 등 대부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죄송하다" 혹은 침묵으로 일관해 위원장이 나서서 "답답하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다만, 류 전 과장은 참사 상황을 보고받은 후 "상황실로 돌아간 뒤 용산경찰서장이 이미 보고를 했고, 서울청장이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가용 경력을 현장에 배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조치한 뒤 상황을 정리해 김광호 서울청장에 문자로 보고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류 전 과장은 유가족과 국민들을 향해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1신 : 16일 오후 7시 1분]
전 용산서장 "서울청, 축제 전 기동대 요청 거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 서장이 당초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서 질서 유지를 위한 기동대 배치를 서울 경찰청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임재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기동대 배치 요청 과정에 대해 묻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기 힘드나, 주무부서에 핼러윈 축제 대비해서 가장 효율적인 기동대를 지원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서울청에서는) 당일 집회·시위가 많기 때문에 지원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기동대 배치를) 직접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요청하지는 않았느냐"라는 질의에 그는 "제가 당시 보고 받기로는 서울청장님이 재차 검토했으나 집회·시위로 인한 경력 부족 때문에, 지원이 안 되는 걸로 검토가 끝난 것으로 보고 받았다"라며 "서울청장이 두 번이나 검토한 것에 대해서 건의 드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최 의원이 "용산서가 자체적으로 시위에 투입되는 인원을 줄여서라도 경비력을 보강하는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냐"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기동대는 서울청에 전체 운용 권한이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자서(용산서) 경력에 대해서는 전년도나 2017~2019년도 비하면 2~3배 이상 동원했지만 결과적으로 참사 막지 못했기 때문에 죄송스럽고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23시에 참사 알게돼... 파출소 옥상에서 상황 지휘"
한편 이 전 서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 45분이 지난 오후 11시께가 되어서야 참사 상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참사 이후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 올라가서 지켜보기만 했다'라는 비판에는 "(옥상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지휘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의 파악 및 보고 과정을 묻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제가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23시경이다"라며 "21시 57분경 녹사평역 현장 관리하는 112 상황실장에게 물었지만 '특별한 상황 없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조 의원이 "왜 1시간 (동안 차량으로) 빙빙 돌았냐"라면서 참사 당시 교통혼잡 상황에서 1시간 넘게 관용차에 있던 이유를 묻자, 이 전 서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참사)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핼러윈 축제의 전체적인 상황 점검 차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여러 가지 진입로를 가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조 의원이 대통령실 전화는 왜 안 받았냐고 묻자, 그는 "23시 20분에 전화가 왔으나 상황 지휘하느라고 전화를 받지 못하다가 23시 26분에 콜백을 했고, '상황 파악 및 대처하겠다'라고 보고했다"라고 해명했다.
'뒷짐 논란'에 대해서도 이 전 서장은 "상황을 몰랐다"라고 밝혔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이미 오후 10시 55분에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때 이태원 엔틱가구 거리를 뒷짐을 진 채 걷고 있었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어서 그런 건가"라고 묻자, 그는 "부끄럽고 참담하지만 현장 상황 몰랐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 의원이 "서울청장에게는 왜 (오후) 11시 36분에 보고했나"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23시 10분경에 상황파악 위해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 올라가서, 전체적인 상황 파악을 하고, 우선적으로 응급조치를 (지휘)하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현장이 아니라 옥상에 주로 계신 거냐"라고 묻자, 그는 "(그) 위치가 지역에서 제일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전체 군중 흐름을 (파악하기에)"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