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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 15일, 미디어친구들 출범 기자회견
2022년 6월 15일, 미디어친구들 출범 기자회견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결국은 조직화이며, 교섭 투쟁으로 돌파하고 나간다! 조사하고, 교육하고, 선전하고, 조직하라!"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자주 들은 말이며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말이다. 이를 돌아가거나 피해가거나 다른 방식으로 가더라도 이 말을 되뇌게 된다.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 때 풀어보는 비책에 반드시 쓰여 있기도 하다. "조사하고, 교육하고, 선전하고, 조직하라!"

문제는 조사·교육·선전·조직 이 하나하나가 쉽지 않다는 거다. "어느 정도까지 해봤어?"라는 질문이 나오면 답하지 못한다. "만나서 이야기 했는데요"라고 말하다가도 "'영끌'이라도 해봤어?"라고 물으면 입이 봉해진다. 이것은 마치 '노오력'과 같은 의미일 테니.

많은 이들은, <비정규노동> 독자 중 상당수는 사업장 또는 여러 장소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나고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해왔을 거다. 노조에 몸담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 글을 쓰는 순간, 이 글이 읽히는 시간, 이 글을 다 읽은 뒤 책을 책상 위에 두거나 가방에 넣는 순간에도 조직화의 불씨를 만들려 뛰어다니고 있을 거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화 담당을 두기도 하고, 각 부서 간 협업을 중심으로 조직화 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난관도 만나고, 현안에 밀릴 때도 있을 테다. 여러 노력과 힘들이 때로는 우공이산이나 당락거철처럼 보일 수 있을지라도. 숱한 노력은 비정규직 조직화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조직이 얼마나 그 사안에 관심을 보이느냐는 예산과 인력을 얼마나 투입하는지를 보면 된다. 그 폭이 좁더라도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집행하다보면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1)이란 말이 떠오른다.

비정규직 백화점 방송국... 통계부터 봅시다!

방송미디어산업 내 비정규직 규모는 어떻게 될까?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조직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가장 최근 자료로는 2021년에 고용노동부가 방송3사를 근로감독하는 과정에서 만든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가 있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낸 방송산업 노동자 규모는 2021년 기준 6만1000명(정규직 3만8200명, 무기계약직 4900명, 계약직 8200명, 단기 노동 1400명, 프리랜서 8200명)이다.

불안정 노동자 고용변화 구성의 경우 산업 내 프리랜서 비중이 2008년 13.5%에서 2021년 46.1%로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다룬 지상파 방송3사 고용형태를 보면 정규직(39.8%), 프리랜서(41.5%), 파견직(11.1%), 계약직(7.3%), 외주업체(0.4%) 순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미디어 비정규직 실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방송사 자회사와 관계사, 외주업체 등이 연결된 노동구조까지 살펴야 한다. 오죽하면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는 오명까지 나왔겠는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행한 이슈페이퍼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를 보면, 방송사 프리랜서 10명 중 7명은 여성이며, 대부분 아나운서·작가·리포터·캐스터 직군이라고 한다. 또 프리랜서의 월평균 임금은 180.3만 원으로 정규직 대비 24.7%수준인 것으로 집계 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방통위로부터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KBS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는 3배였고, EBS의 경우는 2.5배였다. 이 글을 쓰는 10월 6일 기준으로, 한 미디어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한 파견회사 구직 공고의 월급은 218~230만 원 정도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영상편집직원(월 230만 원), 주조정실 엔지니어(연봉 2700만 원), 국제부 FD(월 218만 원), 뉴스콘텐츠 인제스터(월 220만 원), 촬영보조(월 220만 원), CG 자막 제작(월 230만 원), 조명 보조(월 192만 원), 주간FD(월 218만 원). 채용된 자는 1년 단위 계약으로 2년까지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년 내에 다른 방송사로 옮기는 것이다.

미디어 비정규 노동자 한 번 모여 봅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연대 단체들이 팔 걷어 함께 하고 있다. '방송작가친구들'에 이어 꾸려진 '미디어친구들'은 선전전과 노조 가입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또 방송제작 현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는 공대위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꾸준히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를 살피고, 보도 문제를 짚고, 노동인권 중요성을 알려왔다.

그리고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언론학계도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디어 비정규직 문제를 연구하는 미디어 학계 내 교수가 얼마나 없는지 알면 놀랄 거다. 정말 없다. <비정규노동>에서 필진을 구하는데 힘들었다고 한다.

지난 9월 29일에 열린 '방송 비정규직 운동 방향 과제 도출을 위한 토론회'에선 방송 비정규직 운동의 주체 형성 및 조직화 방법으로, 교섭을 매개로 하자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성 판단에 기댄 투쟁이 방송 비정규직 운동에 있어 유효한 전략인지, 상생기금 조성 등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시키거나 면피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물었다. 또 다른 토론자는 활동가 등이 중심이 되어 연대체를 구성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게 아니라, 비정규 당사자를 조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대체를 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무분별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인정됐음에도 제대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 방송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 같은 비정규직 남용은 제작 현장의 전문 인력을 감소시켜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진단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노조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사전 조사에 따르면, 미디어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상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고 한다. 이제 방향은 하나다. 모여서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 노동자들을 만나고, 노동조합으로 뭉쳐 목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 "한 번 같이 합시다"라고!

여러 논의와 숙의 끝에 언론노조는 기존 방송작가지부,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외에 미디어 비정규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결정했다. 또 비정규 노동자들이 언론노조에 가입하면 곧바로 '노동공제연합 풀빵'의 회원이 되게 했다. 이는 그동안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을 일부라도 줄여주고, 전태일 열사의 '풀빵 정신'으로 서로 연대하며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미디어 비정규 노동자들이여, 조만간 한번 모여 봅시다"라고 외치며 거리에 나설 거다. 미디어 비정규 노동자의 깃발을 아스팔트에서 보시게 될 거다.

1)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욱은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기범 언론노조 전략조직실장이 쓴 글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1,12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습니다다.


#미디어비정규직#노동공제회#방송#미디어#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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