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8일 오전 11시 25분]
성탄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일부 구역에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압사 참사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맞는 성탄절인만큼 안전관리 대책 수립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오마이뉴스>는 성탄절 기간 인파 집중이 예상되는 구역 다섯 곳을 추려 관할 기초자치단체 및 경찰 등의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의 '서울시 지하철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최근 5년간 평균)'에 따르면, 성탄절 기간(12.24~25)에 지하철 승하차 승객이 집중되는 지역은 홍대입구역, 강남역, 명동역, 신촌역, 혜화역 순이었다. 세부 승하차 인원 수는 아래와 같다.
* 서울 5개역 지하철 승하차 승객수(5년 평균)
▲ 홍대입구역(2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38만2390명 : 승차 18만3553명, 하차 19만8837명
▲ 강남역(2호선) 26만9566명 : 승차 13만3182명, 하차 13만6384명
▲ 명동역(4호선) 17만8844명 : 승차 8만2043명, 하차 9만6801명
▲ 신촌역(2호선, 경의선) 17만4474명 : 승차 8만6431명, 하차 8만8043명
▲ 혜화역(4호선) 16만8114명 : 승차 8만2446명, 하차 8만5668명
이는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졌던 10월 29일과 다음날인 10월 30일 이태원역 승하차 총 승객수 15만1574명보다 많은 수치다.
5개 역 일대를 관할하는 구청 중 네 곳은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대비해 안전대책을 마련했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서대문구(신촌역 관할)는 "아직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청 및 경찰서 안전관리 집중... 아직 구체적인 계획 없는 곳도
홍대입구역 일대를 관할하는 마포구는 성탄절 및 연말을 대비해 12월 23일~24일, 12월 30일~31일까지 점검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 기간 하루에 투입되는 점검인원은 공무원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 및 명예관광보안관 등 60여 명이라고 한다.
마포구 관계자는 "홍대 다중 인파밀집 예상 지역에 대한 CCTV 집중 관제 체계를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인파 밀집도와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위험 상황 발생 시에는 경찰, 구청 종합상황실 및 특별점검반 등에 신속한 상황전파가 이뤄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인파가 몰려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인파 유입 차단 및 우회로 등을 신속하게 안내해 인파를 분산토록 조치할 방침이다.
강남역 일대를 관할하는 강남구는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관내 밀집 지역 6개소 ▲신사동 가로수길 ▲선릉역 일대 ▲압구정 로데오길 ▲영동시장(신논현역~논현역) ▲역삼역 일대 ▲여명길(강남역~신논현역)에 현장 및 시설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투입 인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CCTV 추가 배치와 CCTV에 AI영상분석 기능을 결합하는 일을 연말 시범운영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명동역 일대를 관할하는 중구는 연말까지 명동, 을지로 일대를 매일 순찰할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신세계·롯데백화점 외벽 야간조명 전시 관람객 인파 밀집에 대비해 적치물 등 보행안전 위협 요소를 사전정비하고, CCTV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실시간 인파 밀집도를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4시간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해 유사시 긴급대응 인력을 곧바로 투입할 예정이다. 중구는 11월 초 주최자 유무를 떠나 '순간 최대 밀집인원 500명 이상'인 행사를 전수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구청, 경찰,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 안전대책 회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촌역 일대를 관할하는 서대문구는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대비해 안전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걸 말씀 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혜화역 일대를 관할하는 종로구 관계자는 "지난 11월부터 일정 규모나 기준 이상의 시설에 대해 안전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신각 타종 행사 등 관내에서 진행되는 시 주최 행사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계획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도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안전관리 대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선의 한 경찰서 경비과장은 "성탄절에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며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다고 판단될 경우, 구청과 소방서와 함께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이후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좁고 경사진 골목은 특별히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사전 안전점검 등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순간 최대 관람객 1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나 행사는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고, 축제가 열리는 관할 자치구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는 소규모 축제나 이태원 참사의 사례처럼 주최 측이 없는 축제의 경우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관별 안전관리 대책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각 구청은 안전관리계획서를 통해 위험 상황과 안전관리 요원의 배치, 사전 안전점검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인근 경찰이나 소방도 비상 상황에 함께 대응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컨트롤 타워는 행사에 따라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청 등이 담당해야 한다"면서도 "컨트롤 타워 한 곳에 안전의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행안부, 지자체, 관할구청, 소방청, 경찰청 등이 맞물려서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도 지자체의 사전 대비를 강조했다. 염 교수는 "지자체도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해야 한다"면서 "성탄절과 연말연시 기간에 몰릴 인파의 규모와 지역을 사전에 예측하고, 시설물을 점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관할 관서들의 대응책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예년 통계 등을 활용해 인파 밀집 지역을 잘 예측하는 게 먼저"라면서 "관할 관서들은 교통 대책과 더불어 안전관리 대책까지 유관기관과 협업하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도 후] 서대문구 "다중이용시설 현장점검 및 교통안전관리 계획 수립 중"
보도 이후 서대문구는 성탄절 및 연말연시를 맞아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28일 기자에게 "신촌현대백회점, 유플렉스, 공연장, 영화관 등 신촌 일대 다중이용시설의 현장점검을 통해 건축, 소방, 전기, 가스 등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촌역 및 이대역 교통안전관리 계획도 수립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대문구는 12월 23일, 24일, 30일, 31일 인파밀집 예상 지역인 신촌역 일대에서는 공무원, 경찰, 민간합동 순찰과 신촌역 일대 CCTV모니터링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위험상황 발생 시 인파해산, 질서유지, 유관기관에 대한 신속한 상황전파 등으로 피해 발생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