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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욱 변호사가 지난 11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남욱 변호사가 지난 11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 공동취재사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기자의 대장동 개발 사업을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뇌물 사건' 마지막 재판에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은 작심한 듯 이 사건이 검찰의 표적수사라고 호소했다.

"아들이 회사에서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버지를 형사처벌하느냐"며 "대체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라 언성을 높이고 검사를 노려보기도 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배석 남민영·홍사빈)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 공판은 재판이 진행된 5시간 내내 피고인석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검찰을 향한 비난 외에도 피고인들은 서로를 공격했다.

최근 새로운 증언을 폭로한 남욱 변호사를 향해 곽 전 의원과 김만배 기자는 "검찰에 회유됐다"거나 "거짓증언"이라며 재판부를 설득했다. 남 변호사는 자신이 거론될 때마다 쓴 웃음을 지으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검찰은 이날 알선수재(특경법), 뇌물수수(특가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된 곽 전 의원에 징역 15년 및 벌금 50여억원을 선고하고 뇌물 실수령액 25여억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밝혔다. 50여억원 뇌물을 준 혐의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기자에겐 징역 5년을, 5000만원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가 적용된 남 변호사에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화천대유에서 일했던 곽 전 의원의 아들이 2021년 3월 회사를 그만두며 퇴직금 및 성과급 명목으로 50여억원(실수령액 25여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 2015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2016년부터 국회의원 등을 지낸 곽 전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김만배 기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함께 추진했던 남욱 변호사가 2016년 현금 5000만원을 곽 전 의원에 준 사실이 포착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됐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 중요한 부패 사건의 한 축"이라며 "현직 국회의원이 25억원에 달하는 매우 큰 금품을 수수한 범행으로 수법상 죄질이 나쁘고, 사회 통념상 납득할 수 없는 내용으로 혐의를 부인해 반성의 기미가 없기에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법정 향하는 곽상도 전 의원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9월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정 향하는 곽상도 전 의원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9월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곽상도 "'+1 공무원' 잡으려는 검찰 표적수사"

"남욱 변호사는 검찰로부터 '김만배, 유동규, 최윤길, 그리고 +1 공무원 구속하고 사건 마무리할테니 협조해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선처를 약속받고 미국에서 귀국했다. 이 '+1 공무원'인 나에 대한 표적 수사가 시작됐다." (곽 전 의원)

곽 전 의원은 사건을 "검찰의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4 용지 3쪽이 넘는 분량의 최후 진술을 낭독하며 매우 강한 어조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검사 3명이 앉은 검사석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에게 15년을 구형했는데, 이렇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제가 대체 뭘 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이 신빙성 없는 진술에만 기대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추진에 참여했던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증언에만 의존"해있는데,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 비리의 책임이 자신에게로 돌아갈 게 두려워 검찰에 녹취록을 제시한 자"로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및 뇌물 혐의 상당 부분이 정 회계사의 진술과 녹취록에서 포착됐다. 정 회계사는 김만배 기자의 지시로 곽 전 의원을 만나 대장동 사업 내용을 두 차례 보고한 적이 있다고 밝혔고, 곽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도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이 와해되지 않게 도와준 대가였다'는 화천대유 관계자의 전언도 증언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엔 "00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라거나 "(법적인 문제 때문에) 곽상도는 고문료로 안 되지"라는 김 기자의 목소리가 녹음돼있었다.

그러나 해당 컨소시엄을 주관한 하나은행 관계자나 화천대유 관계자는 정영학 회계사의 관련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김만배 기자도 곽 전 의원이 언급되는 녹취록의 내용은 모두 자신의 허언이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에 곽 전 의원 측도 "김만배, 남욱, 정영학은 개발 동업자 사이에서 공통비 분담 문제로 서로 블러핑(허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받은 50억원에도 "아들은 세전 233만원 월급을 받으면서 병을 얻을 정도로 헌신적으로 일했다"며 "사회통념에 비춰 거액을 받은 것으로 보이긴 하나 금원을 받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회사 내부에서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곽 전 의원 측은 "아들이 2015년부터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2018년엔 결혼을 해 독립을 했다"며 "곽 전 의원과 아들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라고 했다. 또 "언론보도를 보기 전까지 아들이 퇴직금을 받은 사실도 몰랐고, 당시 곽 전 의원과 김만배 기자가 상호 소통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했다는데 대체 어떤 직무를 말하는 지 알 수 없다"며 "뇌물죄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고 직접증거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1년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1년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김만배 "남욱 진술 못 믿어... 모든 게 제 허언"

"(남욱 변호사는) 압수수색이 계속되자 새 기억을 떠올린다. 수사가 계속되면 또 어떤 새로운 기억을 할 지 알 수가 없다. 일정한 방향을 두고 떠올리는 듯하다." (김만배 기자 변호인)

김만배 기자 변호인들도 지난 28일 이 법정에서 새로운 증언을 내놓은 남욱 변호사를 거듭 겨냥했다. 남 변호사는 2018년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 곽 전 의원과 김 기자가 돈 문제로 다퉜다고 진술했다. 곽 전 의원의 돈 요구를 김씨가 거절하자 "곽 전 의원이 '회사에서 돈을 빼내고 3년 정도 징역 갔다 오면 되지'라 말했고, 김씨가 엄청 화를 내면서 소란스러워졌다"는 증언이다.

김만배 기자와 곽 전 의원은 "허위"라며 곽 전 의원이 김 기자의 거만한 태도를 지적해서 다툼이 일어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기자는 곽 전 의원이 자신에게 돈을 요구했다거나, 자신이 곽 전 의원에 돈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증언도 "사실이 아니"라며 "모두 자신의 허언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최후 진술에서 "제가 아는 한 곽 전 의원은 이런 도움 요청에 응하거나 뇌물을 받을 분이 아니"라며 "곽 전 의원이 대장동과 관련해 어떤 일을 해주거나 해주겠다고 한 적도 없고, 저에게 돈이든 뭐든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정영학, 남욱 등 동업하는 동생들에게 사업 공통비를 부담시키고, 저를 과시하면서 허언을 한 게 끝없는 오해를 낳았다"며 "곽 전 의원은 오로지 제 허언과 잘못된 언어습관으로 이 법정에 섰다. 곽 전 의원께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50억원이란 거금을 퇴직금으로 준 데 대해서도 그는 "제3자 시각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 많다. 그러나 평소 곽씨를 조카처럼 생각했다. 회사를 운영하다 큰 병을 얻은 곽씨에 미안함이 컸다"며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오해 없도록 절차를 더 잘 챙기면 어땠을까. 경솔하게 업무를 처리한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김 기자의 변호인은 남욱 변호사 등의 법정 폭로를 받아 쓴 언론에 대해서도 "종전 법정 증언에 반하는 증언을 다시 하도록 하는 게 이 법정에서 벌어졌음에도 언론은 이를 마치 진실인양 떠들썩하게 보도한다"며 "일고의 비판도 없이 진실인 양 여론으로 만든 언론에 대해,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변호인으로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남욱 "대단히 할 말 많지만..."

"대단히 할 말이 많고 억울한 점이 많지만..." (남욱 변호사 변호인)

앞선 두 피고인이 각자 40여분씩 최후 변론과 진술에 쓴 반면, 남욱 변호사는 말을 아꼈다. 그의 최후 변론과 진술은 각각 3분을 넘기지 않았다.

두 피고인들로부터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는 비난을 산 남욱 변호사 측은 "이 사건 수사 제기 절차, 수사과정, 공소 제기 절차에 대해 대단히 할 말이 많고 억울점이 많다"면서도 "자세한 얘기는 변론요지서로 갈음하고 공소사실 자체만 구두변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남 변호사 측은 2016년 곽 전 의원에 성의 표시를 하라는 김만배 기자의 지시를 받고 대구 선거 사무실을 찾아가 현금 5000만원을 준 혐의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13년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15년 5월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곽 전 의원의 법률 상담과 자문을 받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하다. 개인적으로 너무 부끄럽다"며 "다른 (대장동 관련) 사건들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그런 사건들이 추가로 기소돼서 재판이 향후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순없다) 제가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판단해달란 말씀 드리고 싶다"며 "잘 살펴봐주길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선고공판은 오는 1월2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소법정 523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50억 뇌물 #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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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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