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에 대해 30분 넘게 설명해도 다시 물어요. 그래서, 무슨 일 하냐고."
"10년을 일해도 1년의 경력도 인정 받지 못해요."
"아이들을 생각하며 웃을 수 있는 퇴근길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이지만 직업란에 '교사'가 아니라 '기타'로 분류되고, 근무 경력 10년이 '경력 없음'으로 표기되고, 초등학생 60명을 돌보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 속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천하며 안정적인 돌봄과 생활 교육을 담당하는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이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가치를 지향하는 초등 방과후는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모여 자녀들이 공동체 정신의 바탕 위에 창조적, 자율적, 자연 친화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한다'로 정의되고 있다. '마음을 모아' 운영한다는 건 부모와 교사와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뜻이고, 정부의 지원 없이 부모들의 조합비로 재정을 마련하는 미인가 돌봄 기관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는 동안 사회적 시스템에서 인증된 기관들은 방역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학교와 학원 문이 닫히고 놀이터와 도서관도 폐쇄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마저 얼어붙었을 때 긴급 돌봄 체제로 전환해서 아이들을 돌봐 온 선생님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아이들의 몇 년은 어떻게 지나갔을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방과후였던 초등학생 아이들은 누구와 친구를 사귀고 어떻게 교과 과정을 따라가고 어디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을 수 있었을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그림자 노동)을 해 온 돌봄 종사자들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안전할 수 없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보건, 돌봄, 청소, 운송 등의 최전선에서 위험과 고단함을 감수하고 있는 그들은 2021년 기준 국내 448만 명에 이르는 필수 노동자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고,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빚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 속에서 저평가되었던 필수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이들의 그림자 노동에 사회적인 호명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개봉(2023년 1월 12일)을 앞두고, 필수 노동이자 그림자 노동의 영역에서 고군분투 해 온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심을 다해 일하고 계신 필수 돌봄 노동자들의 수고와 존재를 알리고자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다큐멘터리 제작 기간 동안 촬영과 동시에 선생님들이 매월 한편의 글을 모아 엮은 책,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에 실린 글 중 일부를 허락을 구하고 수록한다.
* 기획기사_목차
[1편] 돌봄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2편]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3편] 지지고 볶는 사이
[4편] 사라지고, 남겨지고, 다시 돌아올 것들
[5편]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살지
[6편] 미래가 궁금합니다
[7편] 다시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을까
[8편] 아이들 돌봄으로 선택했지만 어른들도 돌봄을 받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