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노동교육'을 삭제한 2022 교육과정을 통과시킨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국민은 결국 대부분이 '노동자 국민'이 되는데, 노동교육을 하지 않겠다니. 이것은 현 정부가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는 독재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16일 최서현(32) 전국특성화고노조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지난해부터 교육당사자들은 물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까지도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이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틀 전인 14일, 국가교육위는 교육과정에서 '노동교육'은 빼고, '자유민주주의'는 넣은 교육부의 교육과정 심의본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최서현 위원장은 "노동교육은 당장 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고, 이후 노동자가 될 학생들 대부분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인데 현 정부는 이를 매몰차게 걷어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성화고노조는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사고가 계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2018년 5월 1일에 설립한 노조다. 현재는 특성화고 재학생까지 노조에 가입해 조합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과정에서 노동교육을 뺀 교육부에 대해 특성화고노조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기 위해 지난 7일에 이어 16일 두 차례에 걸쳐 최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의 행동은 국민 우습게 아는 것"
- 교육과정에서 '노동교육'을 뺀 교육과정을 국가교육위도 승인해줬다.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학생들, 특히 특성화고 학생들은 백이면 백 황당해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당장 취업을 앞둔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피부에 와 닿는 일이다. 공부하며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태다. 당장 노동을 해야 하거나 곧 노동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노동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교육은 무시하고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는 독재교육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 원래 지난해 말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계획에는 '노동교육'이 들어가 있었는데...
"한 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알고 노동교육을 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교육당사자들은 물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까지도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이냐."
"학생도, 교사도 노동교육 못 받았으니..."
- 왜 현 교육부가 교육과정에서 '기업의 자유'는 추가로 넣은 반면, '노동교육'은 뺐다고 생각하나?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반노동, 친기업' 정부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서 기업이나 시장, 민주주의란 말 앞에 '자유'란 말을 끼워 넣었는데, 이건 국민과 학생들의 자유가 아니다. 기업가와 윤석열 정권의 자유일 뿐이다."
-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노동교육 실태는 어떤가?
"노동교육이랄 것도 거의 없다. 17개 광역시·도 중 13개 시·도에 노동교육 관련 조례가 있다. 이것도 지역마다 제각각이지만 이 조례에서 규정한 노동교육시간이 1년에 2시간 정도다. 특성화고의 경우 코로나 이전엔 강당에서 집체 식으로 강의 듣도록 하더니, 코로나 상황인 지금은 이것마저 동영상 강의로 바꿨다. 정부와 학교가 노동교육에 대해 얼마나 형식적으로 대해왔는지 학생들은 다 안다."
- 교사들도 노동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사람들 아닌가?
"정말로 그렇다. 교대나 사범대 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교사도 노동자고, 이들이 노동자가 될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데... 이건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실제로 특성화고에서 실습을 나간 학생이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 돌아왔더니 학교에서는 '그런 것도 사회생활인데 네가 좀 참지 그랬니?' '후배들 취업도 생각해야 하지 않니?'라는 막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건 교원들이 노동교육을 배우지 않은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 교육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독일은 초등학생한테도 모의 단체교섭 학습을 시키고, 쟁의하는 방법과 성명서 쓰는 방법도 가르치고 있다. 이런 나라에 견준다면 우리나라 특성화고 학생들은 정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노동교육 후진국이다."
- 자꾸 이어지는 특성화고 실습생 희생자와 빈곤한 노동교육 상황이 상관성이 있다고 보나?
"2021년 10월 6일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씨가 현장실습 10일차에 잠수작업을 하다 사망했다. 그는 잠수자격증도 없는 데다 물을 무서워하는 학생이었다. 만 18세 미만에게 잠수작업을 지시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위반인데 잠수작업을 시킨 것이었다. 노동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고인은 이런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
만약 학교가 노동교육을 제대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홍정운씨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찾아가거나,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교육은 노동안전 교육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노동교육이 빨갱이교육? 학생 자존감 높이는 교육"
- 학교에서 노동교육이 제대로 된다면,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바를 하든, 취업을 하든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모습이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험한 노동환경도 점차 나아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 노동교육을 마치 '빨갱이교육'처럼 적대시하는 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분들에게 하고픈 말은?
"내가 보기엔 노동교육은 학생들, 국민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내탓, 부모탓 하며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기도 하다. 자기 권리를 알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한 명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노동교육이다. 노동교육은 사회를 더 밝고 행복하게 만들 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