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기억해주세요."
"기억하겠습니다."
10월 29일부터 12월 16일까지 49일. 고인을 떠나보내는 49재를 맞아 이태원에 모인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 이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 이들의 외침과 함께 대형 모니터에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미소가 비치자 오열과 통곡 또한 이어졌다.
"강민지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단이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도은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동규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미정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보미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산하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세리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수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연희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용건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원준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유나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의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인홍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주한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지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지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현수님 기억하겠습니다. 노류영님 기억하겠습니다. 문효균님 기억하겠습니다. 박가영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소영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시연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지애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지혜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초희님 기억하겠습니다. 박현도님 기억하겠습니다. 박현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서예솔님 기억하겠습니다. 서형주님 기억하겠습니다. 송영주님 기억하겠습니다. 송은지님 기억하겠습니다. 송채림님 기억하겠습니다. 신애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신한철님 기억하겠습니다. 안다혜님 기억하겠습니다.
안지호님 기억하겠습니다. 양희준님 기억하겠습니다. 오근영님 기억하겠습니다. 오지민님 기억하겠습니다. 오지연님 기억하겠습니다. 유연주님 기억하겠습니다. 유채화님 기억하겠습니다. 윤성근님 기억하겠습니다. 이경훈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남훈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동민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민아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상은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수연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승연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승헌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은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주영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지한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지현님 기억하겠습니다.
이한솔님 기억하겠습니다. 이해린님 기억하겠습니다. 이현서님 기억하겠습니다. 임종원님 기억하겠습니다. 장한나님 기억하겠습니다. 정아량님 기억하겠습니다. 정주희님 기억하겠습니다. 조경철님 기억하겠습니다. 조명화님 기억하겠습니다. 조예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조한나님 기억하겠습니다. 진세은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다빈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민석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보람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보성님 기억하겠습니다. 최유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최정민님 기억하겠습니다. 최혜리님 기억하겠습니다. 추인영님 기억하겠습니다. 스티븐 블레시(Steven Blesi)님 기억하겠습니다." (희생자 158명 중 유가족의 동의를 거친 명단 - 기자 주)
연단에 오른 유가족들, 눈물과 회한의 편지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에서 엄수됐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유가족들은 희생자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명복을 빌었고, 공동호소문을 통해 정부에 여섯 가지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책임 인정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 피해자의 참여 속에 성역 없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이태원 참사 기억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공간 마련하라! 피해자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 마련하라!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대책 마련하라! 재발 방지 및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하라!"
직접 연단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선 유가족들은 고인이 된 가족에게 편지를 부치거나 정부와 시민을 향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아래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고 유연주씨 언니 "네가 떠난 뒤로 무너진 언니의 세상엔 물음표만 가득해. 분향소에 왜 너와 세은(유씨의 친구 고 진세은씨) 이름이 있는 건지. 응급실에서 울부짖을 때 많이 사랑한다고 말한 마지막 인사는 듣고 간 건지.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난 158명 사람들을 두고 왜 편을 갈라 싸우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22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느라 고생 많았고 열심히 준비한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 진심으로 축하해. 네가 결혼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개구쟁이처럼 장난을 치는 것도 보고 싶지만 이제 떠나야 하는 널 붙잡지 않을게. 뒤돌아보지 말고 편하게 날아가도 돼. 나중에 언니가 찾아갈게. 못해준 게 너무 많아 정말 미안해. 내 동생, 진짜 많이 사랑하고 고마웠어. 연주야. 잘 가."
고 이상은씨 아버지 "우리 딸 결혼하면 축가를 불러줬을 친구들이 너의 49재의 진혼곡을 불러줬구나. 우리 딸 결혼하면 사위하고 한 잔 하려고 네가 태어날 때 담가 놓은 26년 된 인삼주가 너의 제사상의 제주가 되었구나. 이리 보낼 줄 모르고 못 해준 게 너무 많아서, 맞벌이한다고 외롭게 해서,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지 못해서,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엄마 꿈속에 나타나 시계가 이상하다고, 시간이 맞지 않다고 했다는데 시계를 고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아빠가 약속할게. 우리 딸 상은이가 없는 세상에서 선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하루하루 배우겠다고. 엄마아빠 딸이어서 고맙고 행복했다. 영원히 기억할게."
고 이경훈씨 어머니 "엄마의 아들로 와서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은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엄마는 네가 있어 행복했고 어려운 시간들도 이겨낼 수 있었어. 넌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이야. 그런 널 엄마는 지키지 못해 너무너무 미안하구나. 이제 아무리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널 내 가슴에 묻는다. 넌 이곳에서 못 다한 꿈 그것에서 맘껏 펼치렴. 그리고 늘 그랬듯이 가끔은 너의 소식을 꿈에서라도 엄마에게 전해줄래. 사랑한다. 내 아들아."
고 진세은씨 언니 "대답 없는 네게 벌써 일곱 번째 편지를 쓴다. 네 친구들이 다 언니를 알더라. 너 언니 자랑 되게 많이 하고 다녔다며. 근데 세은아. 언니도 늘 어딜 가나 동생 자랑 되게 많이 했어. 내 동생 되게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 늘 성실하고 친구가 많아 선생님들이 제일 예뻐했다고. 그 좁은 침대에서 둘이 꼭 껴안고 둘이 수다를 떤다고. 작년에 내가 자꾸 너한테 죽고 싶다고 말할 때 네가 엄청 울면서 그랬지. '나 언니 없이 못 사니까 가지 말라'고. 그때 꼭 말해줄걸. 나도 너 없인 못 살 거 같아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나한텐 너무 과분했던 너의 사랑이 언니를 살려냈다고. 미련 가지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가더라도 가끔은 있잖아. 언니 보러와 줘. 언니 꿈으로, 언젠가는 언니 자식으로 늦더라도 꼭 찾아와 줘. 영원히 사랑한다. 세은아."
고 조한나씨 어머니 "매주 토요일 한나가 오면 엄마한테 밥을 먹자고 그랬는데 왜 연락이 없지. 답장 없는 카톡만 바라본다. 가족에게 보내준 택배 상자에 포도가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은... 엄마는 그 포도 상자를 부둥켜안고 통곡했어.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질 못했어. 한나야. 친구 ◯◯가 엄마를 많이 챙겨주고 있어. ◯◯가 한나와 추억이 많다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엄마 외롭지 않도록 많이 생각해주고 있다. 한나도 다 듣고 있을 거라 엄마는 믿어. 그리고 네가 자식 같이 생각한 강아지 젤리도 엄마가 잘 돌보고 있어. 걱정하지 마. 안전한 나라 천국에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거라.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한나 만나러 꼭 갈게."
고 최정민씨 동생(아버지가 대독) "언니 빈자리의 슬픔은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은 언니에 대한 기억을 밝은 흥부자의 모습으로 채우기로 했어. 10월 29일 그날. 아프고 무서웠겠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우리 언니가 이태원에서 제일 멋쟁이였잖아. 사진첩 한 장, 한 장마다 언니의 밝은 미소가 우릴 웃게 해. 두 동생에게 단단한 기둥이었던 언니. 퇴근하고 아빠와 술 한 잔 하며 친구처럼 이야기했던 언니. 기분 좋은 날은 집에 오자마자 뽀뽀 공격을 했던 언니. 마음 약한 엄마를 잘 챙겼던 언니. 언니의 모든 모습이 사랑스러웠어. 이번 언니 생일엔 언니가 좋아하는 석화를 먹을까 해. 난방 켜두고 언니가 좋아하는 화이트와인을 따라둘 테니 잠깐 앉았다 갈래? 언니를 사랑하는 동생이."
고 김용건씨 숙모 "당신들은 당신들 아이들에게도 사과를 그렇게 가르쳤습니까. 진짜 사과가 뭔지 몰라 나오지도 않고 모른 체하고 있습니까. 시민과 국민을 대변하겠다며 선거 때 허리를 열심히 숙이더니 지금은 그렇게도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막말을 서슴지 않습니까. 하늘이 무섭지도 않습니까. 도대체 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정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우리 젊은 청춘들의 죽음에 덧씌워진 참혹한 오명을 벗겨주는 것이 남겨진 숙제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 여기에 온 것뿐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의 오명이 벗겨지고 모든 진상규명이 이뤄져 유가족협의회가 해체될 날이 올 때까지 다시 한 번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 신한철씨 누나 "무뚝뚝한 누나에 비해 정 많고 애교 많던 너는 늘 엄마아빠를 따스하게 안아주고 예쁜 미소로 사랑한다고 말했었지. 너의 따스함이 내 곁에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2022년 10월 29일, 아니 30일이었을 수도 있는 그 시기에 따뜻했던 넌 차갑게 변하고 있었더라. 49일 동안 너의 많은 친구들이 널 추억하고 그리워해 주는 걸 보며 '우리 막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위로가 되고 있어. 넌 착한 아이라 가족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것에 미안해하겠지만 우리 막내야, 그건 우리에게 맡기고 행복한 것만 생각하며 훨훨 날아가렴. 그리고 다시 가족으로 만나자. 그땐 누나가 무조건 지켜줄게. 그리고 네가 기대하고 기대했던 카라가 최근 컴백했어. 카라 영상을 보는데 '우리는 영원히 여섯 명'이라고 하더라. 우리 가족도 영원히 다섯 명이야."
고 김지현씨 어머니 "대통령께선 임기 초부터 공정, 상식, 자유를 늘 부르짖었으나 어느 것 하나 이 말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저 유족들이 바라는 건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 유족들의 소통공간, 고인들의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공정이란 말이 (대통령님과) 어울릴 것 같습니다. 참사로 희생된 영혼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한을 풀어주십시오. 한 맺힌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들어주시길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현아, 너를 보내는 게 너무 슬프고 너무 아프지만 보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하니. 하늘나라 가선 함께 떠난 친구들과 안전하게 지내. 다음 세상에 엄마아빠 딸로 다시 태어나줘."
고 이지한씨 동료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게. 인정하기 싫지만 스스로 (네 죽음을) 인정해볼게. 그러니까 지한아, 이 편지는 네게 꼭 닿았으면 좋겠어. 네가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으로, 내가 알던 그 예쁜 모습으로 잘 있었으며 좋겠어. 네가 이루고 싶던 그 꿈들, 형이 네 생각하며 네 몫까지 최선을 다할게. 항상 평온하길 바라고 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말이 닿았다면 널 사랑하는 갖고들 꿈에라도 나타나 행복하다고 말해줘. 그 뒤엔 나한테 오는 거다. 사랑한다, 많이."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유가족에게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고 김인홍씨의 어머니와 누나는 현지에서 찍은 영상을 통해 "K-팝, K-드라마, K-푸드. 이런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는데 이게 나라인가. 참으로 창피하다"라며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도 대한민국은 사과도 없고 심지어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 세계에 계신 유족 여러분 억울하고 원통하고 비참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전 세계에 알려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억울한 일이 발행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라며 "정부가 미래세대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옳은 것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도 이태원 참사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를 담아 영어로 "대한민국 용산 이태원에는 그때도 국가는 없었고 지금도 국가는 없다.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 참사에 관심을 갖고 이 참사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날 시민추모제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여러 시민단체, 종교계(가톨릭·개신교·불교·원불교)도 자리해 힘을 보탰다. 가수 하림,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 무용가 김민선·최승은씨 등도 공연을 통해 희생자에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표해 발언을 한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김수진양 아버지)은 "세월호 참사 때 내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려달란 유족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참사를 축소하고 유족을 모욕하고 권력유지에 골몰했던 여당의 인사들이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똑같이 인간이길 포기하며 망언을 배설하고 있다"라며 "세월호 참사 때나 이태원 참사 때나 어찌 그리 똑같은지, 아니 더 분명해졌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다시 자신들의 잘못을 유족과 시민들에게 떠넘긴다면 응당한 책임을 묻고 우린 강력하고 연대하고 싸울 것이다"라며 "이태원 참사 유족 여러분, 9년이 지난 세월호 참사 유족도 눈물을 흘린다. 맘껏 우시되 참지 마시라. 여러분 뒤에 우리 유족과 시민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합창단에 속해 이날 다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네버엔딩스토리> <잊지 않을게>를 합창한 최순화(고 이창현군 어머니)는 "제발 더 이상 좀 죽이지 말라.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죽임의 정치를 멈추시겠나"라며 "당신들은 죽여도 우린 그들을 살려낼 것입니다. 끝나지 않은 158명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끈질긴 기억으로 살려낼 것이다. 기억은 힘이 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민추모제를 마무리하며 이종철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고 이지한씨 아버지)는 "49재의 '재'는 제사를 지낸다는 '제'가 아닌 '재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고인을 위해 정성을 담아 제사를 올리면 좋은 곳에서 다시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한다"라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길 빌며 오늘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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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제(12.16) 보도 댓글창을 닫습니다. 이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 희생자와 유족, 생존자와 주변사람들의 명예·사생활·심리적 안정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조치입니다. 독자여러분들의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