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
외향형(E)과 내향형(I)의 온도차
얼마 전 영어 스터디 모임 리더와 얘기를 나누다 나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계획적으로 일을 하고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성실하게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을 배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때 어? 이건 내 얘기인데? 하는 부분이 많아 신기하던 찰나 MBTI가 ESFJ라고 하는 순간 '아~~' 하며 이해가 되었다. 나의 MBTI는 ISFJ로 외향(E)과 내향(I)을 나누는 유형만 다르고 SFJ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참을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듣다가 홈트에서 반전 이야기가 나왔다. 홈트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가 혼자서 하는 운동이 재미없고 외로움을 느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운동센터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운동하고 소통을 할 때 재미를 느끼고 에너지도 충전된다는 얘기에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6년간 홈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혼자서 조용히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 외향형(E) : 외부 세계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에너지를 사용
- 내향형(I) : 내부 세계의 개념이나 아이디어에 에너지를 사용
정식 MBTI 검사를 받으면 4가지 선호지표(E/I, S/N, T/F, J/P)와 선호분명도지수(선호지표 중 어느 쪽에 대한 선호가 분명한지 알려주는 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외향형(E) vs 내향형(I)을 구분하는 선호항목 문답에서 내향(I) 선호 100%가 나왔다. 즉, 내향형 중에서도 파워 I인 내향형이라는 얘기다.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좋아하며 대화할 때 주로 말을 듣는 편인 나는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고를 때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동작을 설명해 주는 영상이 좋았다. 음악 소리가 크게 나오고 목소리가 크고 텐션이 높은 홈트 영상은 가급적 피했다.
홈트 영상을 추천해 달라는 지인들의 요청이 있을 때에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외향형인 분께는 신나고 즐겁게 따라 할 수 있는 영상을, 내향형인 분께는 차분하고 조용히 몸에 집중할 수 있는 영상을 추천해 드리면 만족스러운 피드백이 왔다.
운동센터에서 하는 종목을 선택할 때도 헬스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운동기구를 활용하며 다수가 하는 운동은 부담이 되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남의 시선이 의식되어 운동을 하는데 불편함을 느꼈고 행여 말이라도 걸어올까 봐 눈을 마주치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작고 조용한 공간에서 소규모 또는 1 대 1로 하는 운동이 더 잘 맞았다.
걷기 운동을 할 때도 성격유형이 나온다. 외향형인 친구는 여러 사람과 걸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는 것을 선호하고 내향형인 나는 혼자 조용히 내 생각에 집중하며 걷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과 어울려 활동하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릴 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J+J 부부
몇 년 전 코칭 공부를 하며 MBTI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MBTI 전문자격 교육을 듣게 되었다. 교육을 받으며 16가지 성격유형에 대한 이해를 하고 보니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MBTI 정식 검사 자격을 취득하고 첫 번째로 남편의 MBTI를 검사해 보니 ESTJ가 나왔다. J 더하기 J 라니! 남편과 우스갯소리로 '왜 우리는 훌쩍 떠나는 여행을 못 갈까?'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나 웃음이 났다. 친구네 부부는 어느 날 금요일 밤에 속초 바다가 보고 싶다며 갑자기 여행을 간다고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이렇게 갑자기 간다고? 우리 부부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 판단형(J): 외부 세계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접근
- 인식형(P): 외부 세계에 대하여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게 접근
우리 중 한 명이 "바다 보러 갈까?"라고 말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케줄러를 보고 가능한 날짜를 고르고 숙소부터 알아본 후 세부 일정과 예산까지 계획을 세운 후에야 떠날 수 있었다.
짐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며 하나 둘 넣은 물건으로 캐리어가 꽉 들어찬다. 국내 여행에 사지 못할 물건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갑자기 밤에 필요하면 어떡해? 당장 필요한데 사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까 봐 꾸역꾸역 챙기는 나를 보며 남편은 말리지 않았다.
여행지에 가서도 우리는 계획대로 움직였다. 출발해서 A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소 도착, 짐을 풀고 B 장소 구경을 하고 C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 계획되어 있으면 우리는 착착 움직였다.
운동을 할 때도 판단형(J)의 성격이 나온다. 주로 홈트로 운동을 했기 때문에 목표와 계획의 유무가 중요했다. 목표에 따라 월간 또는 주간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실천을 했다. 복근 만들기가 목표라면 상체/복근, 하체/복근을 묶어서 운동 루틴을 짜고 계획된 루틴과 세트를 채워야 그날 운동이 끝났다.
반면 인식형(P)의 친구는 계획대로 정해진 루틴을 지속하기보단 유연성 있게 운동 루틴을 변경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변경할 수도 있는 거지~'라고 말하는 친구의 얘기가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그날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루틴을 변경하는 일은 나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운동이든 다른 일이든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었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생긴 대로 사는 게 맘 편하지'란 생각이 따라온다.
연말이 다가오자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주말에 우리 가족의 내년 목표를 세우고 각자 1가지씩 실천할 항목을 뽑아보자는 얘기를 했더니 남편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역시 우리는 계획적인 J+J 부부! 목표와 실천 계획을 세우면 확실히 달성률이 올라간다.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시각화까지 해놓으면 그 목표는 달성하게 되더라.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새해 계획으로 운동하기를 목표로 세웠지만 작심삼일이 되어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웠다면, 판단형(J)은 높은 목표 보다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기쁨을, 인식형(P)은 목표를 실천할 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
모든 계획이 세워져야 시작할 수 있는 판단형(J)인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차분히 앉아 2023년 계획을 세워야겠다.
* MBTI는 비진단 검사로 개인의 능력이 아닌 선호를 확인하는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자신의 MBTI 유형이 궁금하다면 온라인에서 재미로 하는 MBTI 검사가 아닌 정식 MBTI 검사를 받아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