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방어훈련, 일본의 반응 뜯어보니
지난 22일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항의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훈련 다음 날인 23일 주한일본대사관 차석공사에게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또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한국에 의한 훈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시했다.
외무성 홈페이지 '회견·발표·홍보'란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구마가야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차석공사가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국장직무대리)에게 동일한 항의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가 반격능력(선제타격)을 선언하면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개정 안보문서를 채택한 지난 16일, 우리 외교부에 초치돼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 구마가야 차석공사다. 바로 그가 7일 뒤 한국을 상대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며 응수했던 것이다.
독도는 한국 땅이므로 일본이 항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라는 외무성 항의는 이번 훈련의 실상을 감안하면 좀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동해영토 수호훈련으로도 불리는 이번 연습은 언론보도들에도 언급됐듯이 공개가 아닌 비공개였다. 그것도 새벽 시간에 소규모로 거행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참가 전력 규모는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 제한되지만, 과거 훈련과 비숫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군 함정 몇 척과 해양경찰청 함정 정도만 동원됐다고 한·일 양국에서 보도되고 있다.
작년에는 자위대의 독도 접근을 막는 훈련을 위해서 해군 전대급 병력이 투입됐다. 육군으로 치면 연대급이 참여한 것이다. 2019년 12월 일본 외무성이 배포한 '한국군에 의한 다케시마 훈련(韓国軍による竹島防御訓練)'이란 문건은 그해 훈련에 "해군·공군 및 해양경찰 등이 참가"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볼 때도 이번 훈련의 강도가 평년보다 낮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소규모 병력에다가 새벽에 비공개로 진행됐으니, 일본 정부 역시 그런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 측의 그 같은 정서는 교도통신 중국어판인 <교도넷(共同網)>의 23일자 보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제목이 '한국군 다케시마 방위훈련 실시, 규모 축소 또는 일본측 고려(韓軍實施竹島防衛訓練 縮小規模或顧及日方)'인 이 기사는 이번 훈련에 항공기가 동원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국군의 독도 상륙도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예년보다 축소된 이번 훈련을 두고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극히 유감이다'라는 반응이 일본 측의 실제정서를 반영한다기보다는 '액션'에 가깝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위험한 이유
역대 정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더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독도 정책이 독도의 주인답지 않다는 점이다.
독도는 한국 땅이므로 한국 국민과 정부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훤한 대낮도 아닌 이른 새벽에 소규모 병력을 비공개로 보내고, 게다가 독도에 상륙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주인다운 자세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일본 언론이 '한국이 일본을 고려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일본 정부가 겉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극히 유감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윤석열 정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년 상황과 비교할 때도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때인 작년에는 상반기 훈련 개시 전날인 6월 14일에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극히 유감이다", "훈련을 중지하라"고 항의했다. 훈련 다음날에 외무성 국장급이 항의한 이번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2017년 3월 24일자 <TV 아사히 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말기이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재임기인 이때는 지금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외무대신 자격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항의했다. 외무성 국장급을 내세운 이번 항의가 예년보다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훈련에 대한 일본이 반응이 '액션' 같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원칙대로 수행했는데도 일본이 항의의 수준을 낮췄다면 모르겠지만, 한국이 먼저 훈련 수준을 낮춘 상태에서 일본이 뒤따라 항의 수준을 낮췄다. 독도에 대한 이 같은 대응 방식을 보면서 '윤 정부가 한일관계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독도에 대한 윤 정부의 태도가 위안부 및 강제징용(강제동원)에 대한 태도와 맥이 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일본 정부나 전범기업(미쓰비시·일본제철 등)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들이 사과·배상하도록 해야 하지만, 피해자에게 금전을 지급하고 일본은 성의 표시만 하도록 하는 수준에서 봉합하려 한다.
윤 정부는 독도와 관련해서는 '주인다움의 상실'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을 의식해 소규모·비공개·새벽·비상륙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독도의 주인다운 태도와 거리가 멀다. 또, 위안부·강제징용에 대한 이 같은 태도는 이 문제들의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 이런 상태에서는 가해자가 굳이 사과·배상을 성실히 할 이유가 없게 된다.
독도에 대한 '주인다움의 상실' 역시 한국의 영유권을 위태롭게 만든다. 주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면, 굳이 조심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악착같이 지키고자 해도 빼앗길 수 있는 게 영토라는 점을 생각하면, 윤 정부의 태도는 독도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다.
일본과의 국제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한 것은 한국 국민들의 '내 집'을 지키는 일이다. 독도 수호는 내 집 지키기의 일환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했다. 윤 정부는 '영토의 보전' 책무를 막중하게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