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국민의힘은 영남권 자민련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이 차기 당대표 후보로 나서며, 당의 지지층이 지역적으로 협소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었던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을 거론하며, 현재의 집권여당 지지층도 영남권에 갇혀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수도권에서 4선을 한 본인이 당대표가 되어야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호소였다.
윤 의원은 5일 오후, 경상북도 구미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현역 의원 중에선 이헌승 의원이 함께했다. 전당대회 날짜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며 각 당권주자들이 출마를 공식화하는 가운데, 수도권 출신 윤 의원은 오히려 영남, 그 중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상징적인 장소를 고른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레밍처럼 눈앞의 이익만... 박정희 정신 일깨워야"
상당수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윤 의원은 우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위대한 지도자 한 분"이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가난에서 부와 풍요를 일궈냈고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만드셨다"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그것이 바로 박정희 정신이다. 박정희 정신의 요체는 한마디로 혁신 그 자체"라며 "제가 박정희 대통령의 정신을 일깨우고 또 상기시키려고 이 자리에 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본인의 부친이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산에서 군 복무를 하고, 그 가운데 본인을 잉태한 점을 언급하며 구미와의 연고를 강조했다. 그러는 한편 본인이 연고가 없는 "수도권에서 정치적 홀로서기를 이룩"한 것이 "저 자신도 모르게 박정희 정신을 실천하고 있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있는 고질적인, 병폐적인 DNA를, 박정희 정치를 일깨우고 상기시키면서 혁파하고 싶다"라며 "뺄셈 정치를 지양하고 덧셈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의 뺄셈 정치가 당시 총선 패배와 탄핵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은 레밍처럼 눈앞의 이익만 쫓고,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성이 결여된, 한마디로 이익집단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없기 때문에 내 동료를 내치고, 내 동료의 위기를 내 자신의 기회로 만들려는 정말로 병폐 중의 병폐 의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여의도연구원 개편 등을 통해 국민의힘을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투철한 이념 집단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겠다"라는 포부였다.
그는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완패했던 지난 21대 총선을 상기시키며 "현재 우리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전선은 낙동강 하구까지 내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은 낙동강 전선을 거기서 지켜내는 게 박정희 정신인지 아니면은 수도권으로 진격하는 것이 박정희 정신인지, 답은 명확하지 않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 비유하며 지지층에 호소한 것이다.
윤 의원은 "분명 우리 당의 심장은 영남이다. 그러나 싸움은 심장이 아니라 손과 발이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수도권 싸움이다. 승패는 수도권에 달려 있다"라고 외쳤다. "수도권 싸움에 능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며 "수도권 싸움에 능한 저 윤상현과 함께 수도권으로 진격하자. 제가 최전선에서 멋진 승리를 안겨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당 지도부를 영남권에 가둬두는 게 아니라 수도권으로 진격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들어 주시라. 그것이 바로 박정희 정신"이라며 "전략적 선택"을 반복해 호소했다.
안철수 "윤상현의 수도권 출마 공동선언 제안에 큰 감명... 놀라운 혜안"
한편, 이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은 윤상현 의원 출정식에 축전을 보내 윤 의원의 선전을 기원했다. '친윤' 김기현 의원(울산 동구을)과 '윤핵관' 장제원 의원(부산 사하구을)이 '김장 연대'를 공고화하는 가운데, 이에 대항하기 위한 '안윤'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는 시점이다. 김장 연대가 부산경남 지역 연합이라면, 안윤 연대는 수도권 연대 성격이 강하다.
안철수 의원은 "먼저 윤상현 의원님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윤 의원께서는 수도권 험지에서 4선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탁월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저도 의사이자 과학자이며 미국에서 MBA를 받았지만 윤 의원님 또한 미국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오랫동안 정치·경제·외교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계신 우리 당의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며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특히 최근에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린 다음 총선을 총지휘할 당대표 후보들에게 '수도권 출마 공동선언'을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서 큰 감명을 받았다"라며 "놀라운 혜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상현 의원과 저 안철수는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한 당 대표 선출이 아니고 다음 총선 승리의 교두보가 돼야 한다는 데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의원이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박정희 정신은 전문가들도 반대한 경부고속도를 밀어붙인 것과 같은 도전 정신이며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초석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복합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마음가짐이 다시 필요할 때라고 하는 것이 윤상현 의원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의 대표도 수도권에서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민주당을 제압하고 다수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전당대회에서의 선의와 경쟁과 협력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의 승리의 길을 만들어 나가길 고대한다"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