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대우조선 정규직과 하청, 작업장 이동 트럭도 차별(2022년 7월 19일자)
검찰이 조선소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화물자동차 적재함(짐칸)에 태워 운행하는 행위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남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이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조선하청지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와 조선소장을 상대로 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발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형사 사건에 대해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지만 여러 정황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유죄이지만 법원 재판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5일 검찰로부터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조선하청지회는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사측에 화물자동차 적재함 탑승 즉시 금지를 요구하고, 통영고용노동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즉시중지명령을 촉구했다.
조선하청지회는 당시 낸 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일부 하청업체에서는 매일 아침 하청노동자를 탈의실에서 거리가 먼 작업 현장까지 화물차 짐칸에 태워 이동시켜왔는데, 자칫 화물차 주행 중 사고가 나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금지할 것을 원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소 내 차량 운행속도를 30km/h로 제한하는 등 안전을 위한 차량 운행 규정을 정하고 있으면서 정작 큰 위험이 있는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은 방치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3면과 천정이 막힌 공간에 좌석을 설치해 안전하게 운행하는 반면, 하청노동자는 50cm 높이의 허술한 쇠 파이프 지지대뿐인 짐칸에 사람을 싣고 운행해, 안전 문제에서도 정규직과 하청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위험천만한 화물차 짐칸 승차와 운행이 가능했던 것은 관련 법이 미비하고 이를 핑계로 고용노동부가 직무 유기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제49조 제①항 12호)에는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 돼 있지만, 아파트 단지나 조선소 안처럼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은 도로교통법(제2조)에서 정의한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제38조 ①항)에는 "사업주가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으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86조 ⑧항)에는 "사업주는 화물자동차 적재함에 근로자를 탑승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화물자동차에 울(둘러막거나 경계를 가르는 물건) 등을 설치해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를 언급한 조선하청지회는 "지금까지 위험천만한 화물차 짐칸 승차·운행이 가능했던 것은 안전장치라고 볼 수 없는 50cm 높이의 허술한 쇠 파이프 지지대가 단서 조항에 규정된 '울'에 해당하는지 고용노동부가 판단을 유보한 채 사실상 직무 유기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작년 6월 고발을 했음에도 통영고용노동지청은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해 6개월이나 시간을 끌었고, 결국 검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적극적인 지도,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조선하청지회는 "비록 기소를 유예하기는 했지만, 검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만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당장 금지하는 강력한 지도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판단에도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묵인하고 방치한다면 조선하청지회는 계속되는 위법 행위에 대해 다시 고발 조치를 할 것이며, 이번에는 검찰도 기소유예가 아니라 기소해서 위법 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