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을 위한 졸업식, 모든 분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이곳 신수도분교를 다닌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성장했고 좋은 분들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졸업식이지만 언젠가 학교가 다시 문을 열어 후배가 입학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6일 오후, 경남 사천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섬마을 학교인 삼천포초등학교 신수도분교가 조촐한 졸업식을 열었다. 이 졸업식의 유일한 주인공인 진연성 학생은 가족과 마을 주민, 학교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
진연성군의 이야기가 제법 의젓하게 들렸는지, 객석에선 박수와 아쉬움 섞인 탄식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신수도분교는 1455번째 졸업생인 연성군을 끝으로 오는 3월 2일이면 문을 닫는다.
이날 졸업식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졸업식에는 삼천포초등학교 탁일주 교장을 비롯해 담임인 서종태 교사와 교직원, 연성군의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주민 등 20여 명이 참석해 마지막 졸업생의 앞날을 축복했다.
수줍은 모습으로 졸업식장에 등장한 연성군은 식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의젓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졸업식이 끝나고는 담임 선생님 앞에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연성군은 "선생님과의 추억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가르침을 잘 간직하겠노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서종태 담임 교사는 "연성이와 정말 많은 시간을 같이했다. 서울이며, 제주도며 체험학습도 여행처럼 다니고 친구같이 지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배가 못 움직여 오도 가도 못하고 섬에 갇혔던 적이 있었는데, 연성이가 이불이랑 먹을 것을 잔뜩 챙겨와 학교에서 같이 지냈다"며 "연성이와 친구 같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 교사가 처음 부임한 2021년에는 신수도분교에는 5학년과 6학년 학생 각 1명씩 있었다. 지난해 한 학생이 졸업했고, 올해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연성군은 이 분교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학생이 됐다. 서 교사는 지난 1년을 연성군과 오롯이 둘이 보낸 셈이다.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한 신수도분교는 79년의 역사를 끝으로 폐교 수순을 밟는다. 1930년 사립 보명학원 설립한 뒤 1937년 삼천포공립보통학교 부설 신수도 간이학교로 시작한 신수도분교는 1944년 신수도 공립 국민학교로 정식 개교했다.
섬마을 학교임에도 한때는 전교생이 2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돼 교육과 배움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층이 섬을 빠져나가면서 입학생이 점차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삼천포초등학교 신수도분교장으로 축소·편입되기도 했다. 2021년 2명, 2022년 1명에 이어 올해 1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배출하면서 문을 닫는다.
이로써 2006년 삼천포초등학교 늑도분교, 2013년 삼천포초등학교 신도분교, 2019년 대방초등학교 마도분교에 이어 이번에 신수도분교를 끝으로 사천시에 남아있던 섬마을 학교가 모두 사라지게 됐다.
다수가 신수도분교 출신인 주민들은 이날 8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학교 폐교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크게 표했다.
이 학교 4회 졸업생인 김채근씨는 "학교를 만들 때부터 나무 한 그루 모래 한 줌까지 주민들의 손길이 안 담긴 게 없다.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됐지만 섬 주민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수도초등학교 총동창회장 탁종용(32회 졸업생)씨는 "총동창회에서도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지만 폐교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이어 "학교가 문을 닫아도 동문 한마당 행사는 계속 이어가도록 총동창회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천교육지원청은 신수도분교의 활용 방안에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1순위로 반영하겠지만 국립공원으로 묶여있는 곳이라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른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