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1일 오전 11시 5분]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실·친윤(친윤석열)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3.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개인적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당원투표 100%'로 룰을 바꾼 전당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라도 나 전 부위원장의 출마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앞서 나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여권 분열을 초래할 자기 정치'라는 취지로 압박하던 친윤 인사들의 의견과는 반대된다.
안 의원은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나 전 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며 "그런데 제 개인적인 희망을 말씀드린다면 저는 (나 전 부위원장이) 출마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자가 한 명이라도 없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나 전 부위원장 출마 희망 의견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서, 우리 당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사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심만으로 사람을 뽑지 않나. 그렇게 되면 보통 민심은 그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되면 누가 당대표에 뽑히더라도 '컨벤션 효과(경선이나 전당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 직후 해당 정당 등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며 "그건 당으로 봐서는 굉장히 손실이 크다. 그걸 막아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누가 당선될 지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안 의원은 당 안팎에서 외압 논란을 낳은 나 전 부위원장의 저출산 대책 관련 대통령실의 '문책성' 반응에 대해선 대통령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게, 저는 오랫동안 같이 (윤 대통령과) 일을 했지 않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일을 했을 때는 저출생, 고령화뿐 아니라 110대 국정과제들을 일일이 다 상의하고 보고를 하고 그랬다"며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그에 따라 고칠 수 있으면 고쳐서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즉, 나 전 부위원장의 '대통령실 패싱'을 더 문제 삼은 것이다. 안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것은 잘한 결정이고 당대표 경선에는 출마해 다같이 경쟁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구분해서 보자면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답했다.
여당 지지층에 차기 당대표 지지 여부 묻자 '나경원' 가장 높게 나타나
다만, 안 의원이 나 전 부위원장의 당대표 경선 출마를 희망하는 까닭엔 현재 친윤 대표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에 대한 견제구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원투표 100% 및 결선투표제로 치러지는 전대 룰을 감안할 때, 나 전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본인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나 전 부위원장은 이날(11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서 최근 대통령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0명(응답률 3.0%)에게 유선 전화면접(11.0%)·무선 자동응답(89.0%) 방식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은 결과, 나 전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30.7%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김기현 의원(18.8%), 유승민 전 의원(14.6%), 안철수 의원(13.9%), 황교안 전 대표(5.3%), 윤상현 의원(2.4%), 조경태 의원(1.9%) 등의 순이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안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남 자민련으로 또 다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김 의원을 직접 견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멀리서 (당을) 지휘하면 모르지 않나. 저 멀리 울산(김기현 의원 지역구) 쪽까지 넘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분 잘못은 아니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 말을 많이 듣게 되고 수도권 민심에 대해서 잘 파악을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기현 의원 측에서 전날(10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3000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을 모아서 세를 과시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저렇게 보여주기로 세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키려고 할까 그런 걸로 받아들인다"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게 아니다. 버스로 많이 동원했다"고도 힐난했다.
특히 김 의원 측에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윤심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윤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고생해서 화물연대 잘 해결하면서 지지율을 스스로 올리셨는데, 거기에 어떤 공헌도 않고 그걸 계속 팔아먹고만 있으면"이라며 "그분(김기현 의원)은 열심히 (윤심을) 파셨지만 저는 판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