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 차례 고용노동부에 산재 예방과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사고 현장이 발생해서 항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검토하겠다', '살펴보겟다', '알아보겠다', '확인하겠다', '챙겨보겠다', '파악하겠다', '계획중이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고용노동부의 형태에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 규탄한다."
11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노동자들이 이같이 외쳤다. 지난해 12월 15일 한국카본 밀양사포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고, 지난해 대흥알앤티에서 노동자들이 독성물질에 중독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또 한국카본 밀양2공장에서는 지난해 12월 22일 협력업체 노동자가 기계에 어깨가 절단되는 산재가 발생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폭발사고에 대해 중대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성훈 화학섬유식품산언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 한국카본지회장은 "폭발사고에 대해 회사는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 민주노조가 과반이 아니라고 해서 사고 조사 참여를 못하게 하고 있다"며 "어깨 절단 사고가 났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철저한 조사와 감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미 화학섬유식품산언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 조직국장은 "폭발사고에 이어 밀양2공장에서 어깨 절단 사고가 났다. 고용노동부가 안전장치 없이 운영되고 있는 현장을 그대로 방치한 결과다"며 "제역할을 하지 않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김준기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장은 "노동자들이 독성 피해를 입고 나서 고용노동부가 어떻게 조사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하면 부산고용노동청과 양산지청이 서로 우리 담당이 아니라며 떠넘겼고, 노동자들은 조사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며 "고용노동부는 현장에서 산재 예방과 관련한 관리, 교육, 훈련, 지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지금 고용노동부가 하는 형태를 보면,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죄인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는 회사의 잘못을 모르는지 알고도 방치하는지 궁금하다. 한 마디로 말해 직무유기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칠 것 같고, 죽을 것 같다고 계속해서 외치고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어떤 행동이나 조치도 없다"며 "국가가 없다. 책임지는 정부가 없다. 이것이 2023년 노동 현장의 형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부경지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남본부는 회견문을 통해 "한국 카본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폭발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하고, 기계에 노동자의 팔이 절단되어 접합하는 등 한국카본 노동자들은 사고 위험에 내몰려 있다"며 "하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수수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에라도 한국 카본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감독해야 하고, 한국 카본 2공장에 대한 범죄 인지 수사를 개시하고, 작업에 대한 사용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