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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방과후과정, 교육과정과 소통, 협력이 필요하다
- 교육과정과 일하는 시간이 겹치기도 하고, 한 공간을 오전, 오후로 나눠 씁니다. 어떠세요?
"교육과정이 늦게 끝나서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제가 바로 일할 때도 있죠.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리가 썼으니 마무리 정리하고 퇴근합니다. 정 급하면 교육과정 선생님들에게 도와달라고도 하긴 해요. 방과후과정을 담당하지만, 오전에 행사가 있으면 (교육과정을) 많이 도와주고요.
방과후전담사를 학교장 채용할 당시에는 명칭 자체가 '보조원'이었어요. 방과후과정이 교육과정을 보조한다는 생각으로, 교육과정 선생님들이 오전 업무할 때 방과후전담사에게 도와달라고 했죠.
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어요. 방과후전담사를 교육과정의 보조원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장이 직원 대하듯이 대하는 분들이 있어요. 내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자기는 안 하면서 시키기만 하는 분도 있었고요. 보조원 취급하는 것의 연장선상이죠. 이곳은 새로운 선생님들도 오시고,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분도 있지만요.
견학이나 소풍을 가면, 저는 오전 11시 반 출근임에도 오전 9시에 출근해요. 그 시간이 출발하는 시간이니까 교육과정을 도우러, 같이 따라가는 거죠. 유치원 안에서도 많은 아이를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유치원 밖으로 나가면 교육과정 선생님 혼자서는 더 힘드니까요.
견학을 다녀오면 모두 힘든데, 방과후전담사가 오전에 교육과정을 지원했으니 오후에 교육과정 선생님들도 방과후를 도와줄 게 있으면 나와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안 하는 분들이 있어요. 방과후전담사의 지원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도와주지는 않는 거죠. 그럴 거면 우리도 오전에 교육과정 지원 못 하겠다고도 했죠. 그래도 지금은 아이들이 적어지기도 했고, (교육과정 선생님들의) 의식이 바뀐 것 같기도 해요. 지금 계신 선생님들은 다행히 좋아요."
- 방학이 아닐 때는 오전(교육과정)과 오후(방과후과정)로 분담되지만, 방학이 되면 방과후전담사가 아이들을 홀로 돌봅니다. 방학에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학기 중과 방학 중은 시스템이 다르게 돌아가요. 방학이 되면 교육과정 선생님들은 보통 '41조 연수'(유·초·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은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라 방학 중에 연수를 쓸 수 있다 - 기자 주)를 써서 유치원에 나오지 않아요. 방과후전담사 홀로 아이들을 돌보게 되죠.
다른 지역은 대부분 방과후전담사가 8시간, 방학 때도 근무해요. 학기중에는 11시, 방학중에는 9시에 출근하면서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경기도는 그렇지 않아요. 교육과정 선생님들이 시간당 수당 2만 원씩 받고 출근하거나, 아예 외부 강사를 채용해서 8시간 맡기든가, 방과후전담사에게 4시간, 외부 강사 4시간 이렇게 운영하기도 하고요.
우리 유치원은 오전에는 교육과정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나오고, 오후에는 제가 돌보고 있어요. 여기에 어떤 곳에서는 아예 '시기간제교사'라는 분을 새로 뽑아요. 방과후전담사, 외부 강사, 시기간제교사 등 여러 형태가 근무하고 있는 셈이죠. 복잡하죠?(웃음)
왜 이렇게 복잡하고 다르냐면, 근무 형태가 제각각이거든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다른 지역은 방과후전담사가 방학 때도 근무하고(상시근무),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해요. 경기도는 상시근무자도 있지만, 방학 때 근무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방학중 비근무). 근무시간도 저처럼 6시간인 사람, 7시간 근무자, 8시간 근무자 등으로 나뉘어 있죠. 이전에는 4시간, 5시간 근무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6시간으로 맞춰졌죠.
방학 중 비근무자가 방학 때 일하려면 별도로 계약서를 쓰고, 시간외근무니까 급여를 1.5배로 줘야 해요. 이게 돈이 많이 드니까 외부 강사를 채용하거나, 6시간 근무자에게 4시간만 일하라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여버리죠. 저는 방학에 근무하지 않았다가 올해 처음 근무하는데, 4시간만 일하라고 하면 방학 때 급여 없이 쉴 거예요.
이렇게 근무형태가 각기 다르고 복잡한 게 학교장 채용일 때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어오는 거예요. 교육감 직고용이 됐다면 모든 게 통일됐어야 했는데요.
그나마 방학에 방과후과정을 운영한다면 다행인데, 운영하지 않는 유치원도 있어요. '행복한 울타리'라고 해서, 방학 때 방과후과정을 운영할 거점학교를 만들고 인근 병설유치원의 아이를 방학 때는 거점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죠."
-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경기도는 각자 근무형태가 다르다 보니, 전보가 안 돼요. 한 유치원에 10년 이상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방과후전담사에게는 발언권이나 (유치원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없는 것 같아요. '투명인간'처럼 그저 아이만 보라는 거죠. 6시간 근무자는 특히요.
8시간 근무자는 교육과정 선생님과 방과후전담사가 서로 대화할 시간이 있는데, 6시간 근무자는 오자마자 바로 급식지원부터 해야 하거든요. 교대하고 바로 아이 보고, 귀가시키면 퇴근 시간이에요. 말을 나눌 시간이 없죠. 보조원 취급하는 잔재도 있고요. 대화 창구가 필요해요. 어쨌건 우리도 오후를 맡아서 돌보는 일을 하는데요. 오후 방과후과정에 관한 건 서로 소통할 필요가 있어요.
8시간 근무자는 오후 간식 품의 등 방과후과정과 연관된 몇 가지 행정업무를 하는데, 6시간 근무자는 행정업무를 하지 못해요. 방과후과정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죠. 이거도 발언권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겠네요. 교구 쓰고, 간식 주는데 정작 내가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음이 열린 정교사 선생님들은 이것저것 물어봐 주고, 배려해주시기도 하지만요."
- 힘든 점이 많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거나 아이들을 위한다는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보람찼거나 기뻤던 일이 있다면요?
"유치원에 다문화 가정 아이가 많아요. 아예 한국말을 못 하는 아이가 들어오기도 해요.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하다가, 다른 아이들과 서로 어울리고, 단어나 문장 한 마디 알려주고 연습하면서 몇 달 지나면 대화가 되고, 1년이 지나면 한국인 아이와 비슷하게 되는 아이도 있어요.
시간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대하니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기쁘고 보람차요. 애정이 필요하니 많이 안아주고요. 맞벌이 가정 자녀가 많다 보니 사랑이 부족한 친구들이 많아요."
"방과후전담사의 근무형태를 통일하고
근무여건을 좋게 만드는 건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
- 경기도는 근무시간이나 근무 일수 등 다른 지역보다 일하는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금도 다른 지역보다 낮고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방과후전담사를 처음 뽑을 때는 학교장 채용이어서 학교 사정에 맞춰서 채용돼서 근무형태가 제각기였죠. 그러다 교육감 직고용으로 바뀌었는데 채용권자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예요. 출퇴근 시간부터 각자 달라요.
채용 자격은 '유치원 정교사, 보육교사 자격증 갖춘 자'예요. 채용공고에는 '자격증 소지자'로 나오는데, 교육청에서는 '(자격증을 갖춘 자를) 권장한다'라는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권장한다'라고 해석하는 이유만으로 다른 지역과 일은 다르지 않은데, 월급을 20만 원 적게 받고 있어요(교육공무직은 크게 1유형, 2유형이라는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중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의 유치원방과후전담사들은 1유형이라 기본급이 206만8000원이지만 경기도만 2유형으로 분류되어 기본급이 186만8000원이다 - 기자 주).
농촌, 산간벽지처럼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곳은 예외적으로 자격증 없는 분이 일할 수 있지만, 거의 모두 정교사 자격증이나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근무시간도 중구난방이죠. 6시간, 7시간, 8시간 일하는 방학중 비근무자에 이전엔 4시간, 5시간 근무하는 분도 있었죠. 상시근무자인데 근무시간은 6시간인 분도 있고, 8시간인 분도 있고요. 예를 들자면 나는 6시간 상시근무자라 방학 때 일해도 시간외수당을 못 받는데, 옆 반 선생님은 6시간 방학중 비근무자라 방학 때 시간외수당 1.5배를 받고 일하는 경우가 생기죠. 같은 일을 하는데, 서로 기분 상하죠. 시간제로 일하면 복리후생이나 밥값도 비례해서 받고요."
- 근무형태도 각자 다르고, 방학 때 유치원을 운영하지 않는데, 사립유치원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은데요.
"맞아요. 초등돌봄교실처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는 형태로 근무형태를 바꿔야죠. 그래야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공립유치원에 올 수 있어요. 8시간 근무자가 돼야지만 아이를 돌볼 시간도 늘어나고, 공립유치원의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방과후전담사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맞벌이 가정 등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은 거죠.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도 하고요.
지금 병설유치원에 원아모집이 안 돼요. 맞벌이 가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부모 외의 다른 보호자가 있지 않다면 오기 힘들죠. 사립유치원은 일찍 열고 늦게 닫으니, 사립유치원으로 많이 몰리죠."
- 연수는 충분히 받으시나요?
"연수는 1년 1~2번 정도 받아요. 최소한으로 받고 있어요. 충분하진 않죠. 필요하다면 여러 번 해야 하는데, 노조와의 단체협약이 있어서 형식상 하는 느낌이에요.
내용은 주로 방과후 담당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거죠. 놀이와 쉼 연수,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어떻게 돌봐야 한다는 식으로요. 코로나 전에는 교육청에서 집체 연수를 받았는데, 지금은 줌으로 받아요. 아무리 쌍방향이라고 해도 그저 '듣는 수준'이죠. 그러다 보니 연수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연수 참여가 필수가 아니라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요."
-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교육은 국공립이 우선돼야 해요. 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알찬 교육을 받을 시스템이 돼야 해요.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국공립유치원을 살릴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국공립은 사립유치원보다 (여러 면에서) 열악하죠.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면 교육받기 더 좋은 환경이 될텐데요. 방과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게 지원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초등돌봄도 운영시간을 늘리려고 하는데, 근무시간도 짧고 방학 중에 운영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서민들이 사립유치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정원도 말하고 싶은데요. 초등돌봄교실과 비교하자면, 돌봄교실은 정원이 20명이에요. 그런데 유치원은 7세 반으로만 보면 정원이 26명이죠. 유아는 초등학생보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니까 정원이 더 적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많아요. 방과후전담사 1인당 유아 정원을 줄여서 더 양질의 교육과 보육이 제공됐으면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더 좋잖아요?"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