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남 홍성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50여 명의 시민들과 대전·홍성·당진에 거주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참여했다.
유가족들은 목에 두르고 있던 붉은 목도리를 가리키며 '피를 흘리는 심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막엔 '이태원 참사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추모제에선 박계순씨(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씨 아버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가족들은 여전히 참사가 어떤 경위로 발생한 것인지, 아이가 어떤 응급조치를 받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태원과 거리가 먼 강동성심병원으로 안치된 것인지 모른다. 시신 수습 과정이 어땠는지도 알지 못한다. 대통령이 중대본이나 행안부 등에 유가족을 위한 여러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의 어느 기관도 유가족을 모아 놓고 브리핑을 한 적 없다. 참사 이후 7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과 태도는 변한 게 없다."
유족들은 인터넷 악플과 보수단체들의 '욕설과 도발'로 또다시 상처받고 있다. 게다가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도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지난해 말 홍성시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찾아와 아이들의 영정사진에 손가락질하며 욕을 한다. 경찰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유가족들은 "보수 단체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서 별도의 추모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김지현씨의 아버지 김경철씨는 "(2차 가해를) 고의로 방치하는 느낌이 든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보수단체에서 이태원 광장에 집회신고를 했다고 들었다"라며 "만약 그렇다면 우리 유가족들에게 별도의 추모공간을 마련해 주면 되지 않나. 그들(보수단체)과 다툴 이유가 없다. 용산구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