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구 금호강 둔치에서 맞이한 일출이다. 강 건너 대구염색산단의 열병합발전소 2개의 높은 굴뚝에서는 연신 회색빛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굴뚝 뒤에서 검붉은 기운이 퍼지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붉은 기운 속의 잿빛 매연을 내뿜는 2개의 굴뚝이라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 같다.
그런데 조금 뒤 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된다. 검붉은 기운이 더 짙어지더니 그곳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붉은 덩이가 서서히 떠올랐다. 완전히 떠오르자 굴뚝과 태양이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기이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교훈적인 일출 장면으로 읽힌다.
기후위기 시대의 상징적 장면
그것은 마치 이 기후위기 시대이 상징처럼 보인다. 굴뚝이냐 태양이냐 선택하라는 듯이 말이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산단 굴뚝의 매연과 태양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빛이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그래서 세상 가장 교훈적인 일출이 아닐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대구염색산단은 아직도 유연탄을 태워서 발전을 한다. 이 21세기에,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 유연탄 발전소가 존재한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구염색산단 열병합발전소가 내뿜는 매연은 대구 미세먼지와 탄소배출 부하량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이 많은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대구 서구는 그래서 대기질이 아주 나쁘고 그와 관련된 민원이 많은 지역이다.
이와 관련 <경북일보> 기사에 따르면 "유연탄을 때는 주보일러(1987년 준공)와 신보일러(2004년 준공)와 LNG보일러(2014년 준공)를 갖춘 (대구염색산단의) 열병합발전시설은 127개 업체에 열을 공급하는데, 석탄의 한 종류인 유연탄을 연간 31만5000t, LNG 323만㎡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염색산단의 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대구 전체 탄소 배출량 934만t의 8.6%에 해당하는 80만t에 달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대구 총배출량 5382t의 9.8%에 해당하는 527t이나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구염색산단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를 빨리 교체해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언제까지 유연탄을 쓴단 말인가? 대구 서구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전량 LNG와 같은 친환경적인 연료로 바꿔주는 것이 옳다.
차제에 화석연료를 완전히 끊고 수소에너지나 태양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혁명적인 열병합발전소를 구상해가는 것도 이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고민일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혁명적 에너지 전환이 필요
새해 벽두에 대구염색산단 열병합발전소 굴뚝 뒤로 떠오른 태양은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계묘년 새해 대구시의 결단의 요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대구시 기후대기과 담당자는 "그렇지 않아도 수소나 LNG로 연료를 대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산단 자체의 이전까지 검토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과 협의해서 대기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 징후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인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은 한계가 있다. 문제는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다. 에너지 다 소비처인 이들이 에너지 전환를 해줘야 한다.
탄소나 미세먼지를 내뿜을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 대신에 탄소 제로의 신재생에너지로의 시급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그러지 않고는 파국적 종말이 있을 뿐이다.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시의 발 빠른 결단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