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갑동이는 9년 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었는데, 카페 사장이 갑자기 잠적해버려 한 달 급여 10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갑동이는 너무 화가 났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카페 사장 소재를 알게 됐습니다. 갑동이는 카페 사장에게 지금이라도 아르바이트 급여를 받고 싶어 합니다. 가능할까요?
먼저 우리나라 법에는 '소멸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일정 기간 안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일정 기간이란 어느 정도를 뜻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에서 문제가 되는 금전 청구권을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162조). 이외에도 5년, 3년 그리고 1년 기간 내에 행사해야 하는 청구권이 있으며, 이는 민법과 상법 등 관련 법률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판상 청구·압류·가압류·채무 승인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채권자(권리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 '소멸시효'는 중단되고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새로 진행하게 됩니다.
다시 갑동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갑동이는 곧장 카페 사장에게 연락해 "9년 전 주지 않은 급여 100만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카페 사장은 "9년 전 급여는 소밀시효가 완성돼 권리가 없다"라고 했고, 갑동이는 "민사 채권은 소멸시효가 10년인데 아직 지나지 않았으니 가능하다"라고 항변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르면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금채권의 경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다면 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갑동이가 9년 전 받지 못한 급여를 이제 와서 받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덧붙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임금체불과 관련,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임금체불이 있는 경우 고용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금전 청구권 등을 비롯한 채권에 대해 '소멸시효'라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아무리 금전에 대해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해도 때에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회사 또는 친구 등 누군가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 있다면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시 법률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김민규 변호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