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어촌계 주민들이 해상 사업을 할 때 풍랑과 사고 막아주시고 (...) 마을이 풍요로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이렇게 (영신제) 시작의 문을 열었으니 장군님께서 우리들의 성의를 곱게 받으시고, 용왕님이 먼저 앞에서 창리 주민들의 만선과 금적, 그리고 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설 연휴 마지막인 24일 낮, 이같은 굿 소리가 농악소리와 함께 충남 서산 부석면의 작은 어촌마을인 '창리'에서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관심 속에 동네에 울려 퍼졌다.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흗날에 열리는 '창리 영신제'는 이곳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지내는 당굿형 동제이자 임경업 장군(1594~1646)을 수호신을 모시는 전통 행사로, 3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창리 낮 기온은 영하 16도였으며, 영신제를 위해 세워진 오색찬란한 깃발 10개는 매서운 한파 바람을 이기지 못한 탓에 깃발 4개가 바람에 날아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본래는 당주와 마을 주민들이 농악을 울리며 마을 한 바퀴를 돌아야 했지만, 워낙 추운 날씨 탓에 창리포구 선착장 인근의 정자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김현진 창리 어촌계장은 "최근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곳 서산 창리마을은 전체 가구 수가 100채 정도에 불과하다. 대다수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주로 공동체를 이루면서 어촌만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라며 "주민들의 대부분은 어업으로 생업을 어렵게 이어가고 있지만, 어촌 뉴딜 사업으로 인해 점차 활기를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영신제 또한,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모두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시 준비하게 되었다"라며 "오늘 어촌 주민들의 안전과 만선 등의 소망이 잘 이루어져 마을이 다시 번영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300년 넘는 민속 문화제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 부탁드린다"
배재적 영신제 보존회장은 "마을 주민의 안전과 풍어를 바라며 수호신 임경업 장군을 모시는 영신제가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재개할 수 있었는데, 추운 날씨지만 오늘 행사로 작은 어촌마을이 더 풍요해지고, 만선이 돼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창리마을은 옛날에는 아주 풍요로운 어촌 마을이었지만, 1980년도 현대건설의 간척 사업으로 인해 많은 걸 잃었다"라며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고갈되었던 어적 자원이 살아나고 있고, 다시 탈바꿈해서 어촌의 풍요로움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리 마을에서는 양식업을 주로 많이 하다가 형평에 맞지 않아 몇 년 전부터 낚시 어장과 낚시터를 운영 중인데,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만족을 하고 계신다"라며 "300년이 넘는 민속 문화제인 영신제가 사라지지 않도록, 소외된 어촌 마을에 대한 많은 관심을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고령화·지역소멸 위기, 해결 가능할까
기자가 이날 영신제 행사와 더불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 경제 불균형화'와 '고령화', '지역소멸'을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인근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나 교육 시설도 사라져 이러한 현상을 더욱 두드리지 게 한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이에 창리마을의 어촌 뉴딜과 마을 살리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진성범 이음연구소 이사는 "서산 창리포구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농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이곳의 작은 어촌마을인 창리가 활기를 얻어 전국에서 모범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름다운 서해안의 바다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알려진 이곳을 본격적으로 알려나가기 위해 웹사이트 개설과 낚시체험장 프로그램화 및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을 살리기를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근에 유명 관광지로 꼽히는 안면도나 대천해수욕장에 비해 창리는 지명도도 낮고 작은 규모이지만 주민들이 사라져가는 어촌 문화를 되살리려 노력 중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소외된 어촌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 또 영신제와 같은 전통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살려 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