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2023년 올해 초복은 7월 11일이다. 정확한 복날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진나라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추측한다. 사마천(BC145?~BC86?)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진나라 때 해충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낸 뒤 고기를 나눠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2천 년도 넘은 기원전 시대부터 여름에 육식을 하는 풍습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복날로 자리 잡게 되었다.
복(伏)은 '엎드리다'는 뜻으로, 사람 인(人)과 개 견(犬) 자로 이루어져 있어 '너무 더워,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지낸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삼복에는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무더운 기운을 두려워해 세 번 엎드리고 나면 더위가 지나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 '복중, 삼복더위의'를 뜻하는 말은 Dog-day이다. 우리나라처럼 초복, 중복, 말복같이 복날의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의 덥고 무더운 날을 뜻한다. dog days라고 하면 보통 7월 3일부터 8월 11일까지의 기간이다.
이 단어는 여름철에 볼 수 있는 별자리 중 큰개자리의 시리우스(Sirius)에서 유래했다.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데 ' 개의 별'이라고 불린다. 옛사람들은 시리우스가 한낮에 태양 근처에 있어서 더욱 더워졌다고 생각했다. 즉, 태양의 열기와 시리우스의 열기가 결합해 더욱 뜨거운 날이 된다고 믿었다.
복날의 음식, 육개장
복날의 음식이라 하면 삼계탕이 대표적이지만, 육개장 역시 복중 음식의 하나이다. 육개장을 종종 육계장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 어원을 생각하면 쉽게 '계'가 아닌 '개'임을 알 수 있다.
1946년 최남선이 저술한 <조선상식문답>에서는 육개장을 '개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쇠고기로 개장국 비슷하게 끓인 국'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조선에 관한 상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저술한 문답서이다. 흔히 보신탕으로 불리는 개장국은 여름철 보신하는 복날 음식으로 이용했다. 구장이라고도 부른다.
농가월령가 8월령에 보면,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 갈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에 갈 때에 개고기와 함께 떡과 술을 보낸다는 뜻이다.
<경도잡지>, <동국세시기>, <조선세시기> 등 세시풍속지에는 개장국에 대해서 '개를 잡아 흰 파를 넣고 국을 끓여서 고춧가루를 뿌리고 흰밥을 말아서 먹는다'고 설명했다. 육개장은 소고기(주로 양지머리 부위)에 파와 나물을 넣고 맵게 끓이는 탕으로, 개장국을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육개장은 개장국에서 비롯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에서 근대기에 활동한 풍속화가 성협의 풍속화첩 중 <야연(野宴)>이다. 야외에서 잔치, 주연(술자리)을 여는 모습으로 <고기굽기>라고도 부른다. 성협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데, 신윤복의 친척이라고 소개한 책도 있다.
갓을 쓴 양반은 술을 마시고, 복건*을 쓴 총각은 손으로 음식을 먹고 있다. 두건을 쓴 사람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고, 풍차*를 쓴 양반은 고기를 뒤적이며 익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 탕건* 쓴 양반은 음식을 입에 넣고 있다. 이들은 함께 나무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나누고 있다. 화면 상단의 제시의 내용에 따르면, 음식은 버섯과 고기이다.
조선시대에는 소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소의 도축을 금지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점점 소고기의 식용이 보편화되었으며, 아무래도 평민보다는 지배계급부터 소고기를 즐겨 먹었다. 위 작품은 관례*를 마치고 어른들을 모시고 술과 고기를 대접하는 축하의 자리를 그리고 있다.
약으로서의 소고기
소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돼지고기가 차고, 닭고기가 따뜻한 성질인데 비해 소고기는 어느 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비위를 강화하여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멈추며 원기를 북돋운다. 혈액을 풍부하게 하며 뼈와 힘줄,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소화 불량, 당뇨, 부종,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플 때, 몸이 여위고 약할 때 도움이 된다.
*복건 : 유생들이 도포에 갖추어서 머리에 쓰던 건. 검은 헝겊으로 위는 둥글고 삐죽하며, 뒤는 넓고 긴 자락을 늘어지며 양옆에는 끈이 있어서 뒤로 돌려 매게 되어 있다.
*탕건 : 벼슬아치가 갓 아래 받쳐 쓰던 관. 말총을 잘게 세워서 앞쪽은 낮고 뒤쪽은 높게 턱이 지도록 뜬다. 집 안에서는 그대로 쓰고 외출할 때는 그 위에 갓을 썼다.
*풍차 :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하여 머리에 쓰는 방한용 두건. 앞은 이마까지 오고 옆은 귀를 덮게 되어 있다.
*관례 : 남자가 성년에 이르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상투를 틀고 갓을 쓰게 하던 의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nurilton7)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