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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대통령선거는 공화당의 박정희, 신민당의 윤보선 외에 대중당의 서민호, 통한당의 오재영, 민중당의 김준연, 한독당의 전진한, 정의당의 이세진이 각각 입후보하였다. 막강한 여당 후보에 비해 야권은 6명이 나선 것이다.

공화당은 "틀림없이 공화당! 황소 힘이 제일이다" "박대통령 다시 뽑아 경제건설 계속하자" "중단하면 후회하고 전진하면 자립한다"는 선거구호를 내걸었고, 신민당은 "빈익빈이 근대화냐 썩은정치 갈아치자" "지난 농사 망친 황소 올봄에는 갈아치자" "박정해서 못 살겠다 윤택하게 살길찾자"는 구호 아래 선거전에 나섰다. 대중당을 비롯 군소정당들도 각기 구호와 공약을 내걸었다. 

박후보는 조국근대화를 위해 농공병진정책과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추진을 역설했고,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대통령 중임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탈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유독 이념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대중당의 서민호 후보는 농지개혁의 재조정, 독점재벌의 배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전은 박·윤 두 후보로 압축된 가운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집권당의 이점에다 야권의 분열로 박정희 후보의 우세가 나타났다. 

서민호는 고심을 거듭했다. 야권의 분열로 박정희의 재집권을 허용하느냐, 그럼에도 대중당의 정치적 존립과 민주사회주의이념·정책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완주하느냐의 고심이었다. 그는 누구 못지 않게 박정희의 재집권을 바라지 않았다. 재벌중심의 경제정책, 굴욕적인 한일회담, 용병격의 베트남 파병 등 박정권의 내·외정 어느 것 하나도 용납하기 어려웠다. 

5월 3일로 투표일이 다가왔다. 투표를 5일 앞둔 4월 28일 그는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고심에 찬 <사퇴성명서>이다.

나는 지금 엄숙한 역사의 심판대에 서 있다. 민주사회주의정책을 당 이념으로 삼고 있는 이념정당인 우리 대중당은 이 나라에 진보·보수의 건전한 양당제도를 실현하고 민주통일의 대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대통령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역사적 필연성에 입각하여 내가 대통령후보직을 수락하였고 지금까지 피눈물 나는 선거전을 벌여왔다. 

그리고 소위 단일야당의 형성은 재야세력의 총집결체가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진정한 단일야당의 내용을 이루지 못하였고 우리가 이에 협조할 의미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많은 순박한 국민들이 현 집권당의 부패·부정에 시달린 나머지 우리가 시도하는 국가백년대계의 확립에 한걸음 앞서서 과도기적인 긴급피난의 방편으로 우선 정권교체부터 갈망하고 있는 절실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분명히 파악하였다.

내 평생을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해 투쟁해온 민주신봉자임을 자임하는 나는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외면할 수 없어 나와 당의 눈물겨운 희생을 각오하면서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민적 투쟁대열에 참여할 것을 결심하였다.

그런고로 나는 대중당의 대통령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니, 모든 국민은 누구에게든지 옳다고 믿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서 던져줌으로써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꽃피게 하여주기 바란다. 

내가 사퇴를 결행함으로써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함을 느끼는 동시에 내 눈동자처럼 귀중히 여겨온 당과 나와 민주사회주의정책을 지지하는 모든 동지들 앞에 책임을 져야하는 정치지도자로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바이다. 

그러나 기구한 역사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서민호는 보다 강력한 행진을 위해 잠시 발을 멈추었을 뿐 결코 영원히 사라져 가지 않을 것임을 가슴 깊이 새겨두기 바란다. (주석 3)

서민호는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를 사퇴하고 신민당과 같이 공명선거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위원장이 되었다. 투표 결과 박정희가 총 유효 투표의 51.44%에 해당하는 568만 6,666표를 얻어 452만 6,541표를 차지한 윤후보를 앞질렀다. 박정희는 두 번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주석
3>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서민호#월파_서민호평전#월파서민호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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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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