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모펀드에 대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 점을 말씀드리는 건 오늘 사건 재판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 사건이 어떻게 출발했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3일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 원의 유죄 선고를 받고 나오며 법원 앞에서 밝힌 소회다.
조 전 장관은 "햇수로 5년째 만에 1심 재판 선고를 받았다"며 "1심 재판 선고를 통해서 뇌물, 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인멸 등 8~9개 정도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9년 제가 법무부장관 지명 후 여기 계신 언론 여러분을 포함하여 당시 검찰·언론·보수 야당은 제가 사모펀드를 통해서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며 "어떤 분들은 제가 그 사모펀드 통해 정치자금, 대선자금을 모았다고 주장했지만 저는 사모펀드에 대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배우자 정경심 교수도 사모펀드 관련해서는 거의 모두 무죄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점을 말씀드리는 건, 오늘 사건 재판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 사건이 어떻게 출발했는가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오늘 판결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죄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성실하고 진솔하게 2심에 항소해 유무죄를 다투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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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역 2년’ 선고 받은 조국의 분노 “이 사건의 출발점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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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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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질 불량하다"며 실형 선고한 재판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업무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2019년 12월 기소된 지 3년 2개월 만에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 원 추징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정의 분위기는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시종일관 무거웠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유죄 부분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측이 주장한 무죄 사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피고인이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수년 동안 반복해 범행해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라고 지적하며 "민정수석으로서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의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비위혐의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것은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고, 자녀들 입시비리 범행은 피고인 정경심이 주도한 범행에 배우자로서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볼 때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배우자인 피고인 정경심이 수감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 법정구속 하지 아니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자녀 입시비리 관련 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자녀 장학금 부정 수수 관련 뇌물수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등 12개 혐의 중 딸 조민씨의 장학금 명목 뇌물수수, 주식 백지신탁 및 처분의무 불이행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코링크PE 임직원에 대한 펀드 운용현황보고서 위조 교사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던 청와대의 감찰 무마에 대해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해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은 '유재수를 징계나 감찰 없이 단순 인사 조치하라'는 지시가 실제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정경심, 징역 1년 추가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정 전 교수는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딸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정 전 교수가 "아들의 입시와 관련해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직접 허위경력을 만들어내고 관련 문서들을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해 행사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배우자인 조국과 공모해 범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범행을 실행한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라고 밝혔다.
정 전 교수는 아들의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수료증을 위조해 고등학교 2·3학년 학교생활기록 작성 업무를 방해하고, 조 전 장관과 함께 허위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제출해 고교 출결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두 차례에 걸쳐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 행위를 해 대학 교수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인정됐다.
다만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주식 백지신탁 및 처분의무 불이행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정 전 교수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미 판결이 확정된 범행 이외에 다른 처벌 전력이 없고, 위 확정된 판결의 범행과 이 사건 범행을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감찰 무마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구속되진 않았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2일 결심공판에서 "재판을 통해 진실이 뭔지,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 뭔지 밝혀질 것을 믿는다"며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200만원을 선고하고 600만원을 추징해달라"고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