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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눈이 내리는 가운데 자원봉사자가 분향소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눈이 내리는 가운데 자원봉사자가 분향소를 정리하고 있다. ⓒ 권우성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운영되기 시작된 지도 3개월이 넘었다. 장소가 외진 공간이라 분향소 조문이 목적이 아니라면 찾아오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새벽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오셔서 조문을 하고 음료와 핫팩을 영정 곁에 둔 뒤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간다. 이 분향소는 유가족들과 시민대책위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분향소 지킴이들이 지킨다.

매 타임마다 적으면 3~4명, 많으면 10명의 분향소 지킴이들이 자리를 지키는데,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신청한 시민들이다. 이 분향소에는 유독 정치인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잘 오지 않는데,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참사의 책임자들이 아무런 소통도 없이 갑자기 와서 사달이 나기도 했다(관련기사 : [단독] 예고도 없이 분향소 간 이상민 장관, 유족 측 "도둑 조문" 비판 https://omn.kr/22gam).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1월 6일, 오 시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 분향소 지킴이들 중 그를 본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오 시장이 오기는 왔는지, 언제 왔었는지 작은 논란이 있었다.

오 시장은 당시 참사 49재 전날 밤(지난해 12월 15일) 아무도 모르게 다녀왔다고 밝혔는데, 참사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오 시장이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개인으로서만 조문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듣고, 참사의 진실규명에 동참하고,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오 시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비공개였던 '도둑조문'이 마음에 걸렸는지, 오 시장은 이후 공개적으로 분향소를 방문했다. 유가족 협의회나 시민대책위에 미리 알리고 온 것은 아니었다. 오 시장이 약속시간에 늦었는지 다른 서울시 공무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서 조문을 하더니, 분향소 주변에서 서성거렸고 오 시장은 오자마자 개별적으로 조문했다. 마침 유가족 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있던 시간이라, 짧게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분향소 운영과 유가족들의 요구에 있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태원 추모대회 광장 사용 불허한 서울시장... 이유가 어이 없다 
 
 10.29이태원참사 100일 추모대회 성사를 위한 유가족 호소 기자회견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 100일 추모대회 성사를 위한 유가족 호소 기자회견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정치인의 약속은 무거운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앞두고, 오세훈 시장은 보란듯이 뒤통수를 쳤다. 시민추모대회의 광화문 광장 사용을 불허했고, 추모공간 설치 또한 불허했다. 추모공간 설치에 대해 서울시는 오 시장의 '열린 광장'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름이 '열린 광장'인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만 닫혀 있는 셈이다(관련 기사: 자식 영정 들고 6km 행진 앞둔 부모 호소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해달라" https://omn.kr/22lfz ).

시민추모대회 광화문 광장 사용 불허 또한 어처구니없다. 당일 KBS 드라마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사용 불허의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KBS에서는 시민추모대회 협조를 위해 오전 11시까지 모든 장비를 철거해주겠다고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측에 전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가 광화문 광장을 사용하는 시각은 오후 1시 30분 이후이다. 광장 사용을 불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울시의 사용 불허에도 주최 측은 4일 추모대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 충돌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한편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사용 불허는 헌법에도 맞지 않다. 헌법 제 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시민들이 함께 모여 추모하는 것은 시민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다. 이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도 위배된다. 헌법 정신을 위반하면서까지,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를 막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의지인가 묻고 싶다.

서울시에서 일어난 대규모 인명피해... 오 시장은 왜 책임 없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남소연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그동안 오 시장은 사라진 책임자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행정구역에서 159명이 참사로 인해 희생됐으면, 여기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잇따른 망언과 책임회피가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오 시장의 책임은 희미해졌다. 하지만 행정책임자인 오 시장 또한 이 참사의 도의적·정치적 책임에서 비껴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더욱이 그 또한 광장 사용 불허, 추모공간 설치 불허 등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과정에 사실상 훼방을 놓고 있다.
  
전 국민이 가슴 아파했던 지난해 10월 29일 이후로, 100일이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간 유가족들이 한 요구는 지켜진 것이 없었다.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가족이 사망한 데 대한 상식적인 요구들이었음에도,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 국가가, 정부가, 정치가, 고장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유가족들과 만나, 진정성있게 사과하시라. 적어도 이상민 장관을 파면하시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사의 직접적인 행정책임자들 또한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유가족들은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독립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100일과는 전혀 다른 날들을 기대한다. 우리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안전하고 책임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께 호소드린다.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참여해달라. 함께 추모하고, 함께 마음을 모으고, 함께 요구하자. 오는 2월 4일, 14시 광화문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창인씨는 10.29 이태원 참사 청년추모행동 집행위원장이며, 청년정의당 대표입니다.


#이태원참사#청년추모행동#10.29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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