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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의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회'에서 삼성전자 노동자가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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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삼성SDI에서 일하는 직원 10명 중 7명은 기존의 사내 성과급 평가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6일 나왔다.
삼성에선 'NI'(Need Improvement) 고과를 받으면 임금이 동결·삭감될 수 있는데, 직원들이 모두 성과를 낸다 해도 NI 고과 비율은 5~10%로 고정돼 있어 누군가는 희생양이 돼야 하는 구조다.
해당 연구에서 삼성 직원들은 중간 관리자와의 친분이나 사내 정치로 인해 인사평가가 좌우되고, 육아 휴직·산재 신청·노조 가입 등 부당한 이유로 고과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존재했다고 진술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조,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의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직원 354명, 삼성SDI 직원 91명 등 총 44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445명 중 노조 조합원이 42.9%, 비조합원이 52.6%였다.
연구에 참여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노조 조합원만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고, 생산직(34.4%)뿐만이 아니라 사무직(24.5%)과 연구개발직(38%) 등이 고르게 참여해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 내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외부에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식 성과급제, 노무관리 수단일 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성 직원들은 '현재의 고과 평가는 신뢰할 만 하다'라는 질문에 75.1%가 부정적, 7.7%가 긍정적이었다. '고과평가는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질문엔 76%가 부정적이었고, 9.3%가 긍정적이었다. '관리자는 고과평가 시 자신과의 친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질문에는 66.3%가 긍정했고, 13.6%가 부정했다.
정흥준 교수는 "75% 이상이 고과 평가를 불신한다는 결과에서 보듯 이미 삼성 직원들은 임금과 승진 등에 있어 뭔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이 정도로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면 삼성도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상대 평가이기 때문에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어도 누군가는 5~10%의 NI 고과를 받는 시스템"이라며 "실제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보단 직원들에게 막연한 공포감만 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같은 결과가 삼성의 오랜 무노조 경영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현대차나 LG 등 다른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이와 비슷한 문제를 10~20년 전에 해결했다"며 "다른 기업과 달리 삼성은 상당기간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내부 변화의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의사로서 연구에 참여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 활동가는 "성과 평가제도 자체가 실제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무 관리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고 지적했다.
"일하다 손가락 잘렸는데 하위 고과... 육아휴직 했다고 불이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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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의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회'에서 삼성SDI 노동자가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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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해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돌아다니는데 야간에 가서 청소만 거의 제가 한 2, 3주를 했다. 그러고 난 뒤에 NI 고과를 세 번을 받았다." (삼성전자 직원 A)
"2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온 해에 '라' 고과를 받았다." (삼성전자 직원 B)
"옛날부터 남사원들이 많기 때문에 여사원들이 고과 과정에서 거의 빠져요. NI줄 사람 없으면 여자한테." (삼성SDI 직원 C)
노무사인 이종란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사에 응답한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삼성 인사 평가가 부당노동행위, 산업안전보건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조사 과정에서 만난 삼성 노동자들 중 산재를 당했다는 이유로 고과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들이 있었고, 그 결과 산재가 은폐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라며 "산안법과 산재보상보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연차유급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심지어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NI 고과를 할당 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보더라도 명백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인데, 이런 얘기를 2023년에 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후진적"이라고 했다.
이날 연구 결과 발표 현장에 참석한 삼성 노동자들은 직접 부당 사례를 증언하기도 했다. 이종휘 전국삼성전자노조 광주 사무국장은 "한 노동자가 일하다 손가락이 절단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회사는 안전사고 문제가 밖으로 커질 것을 우려해 해당 노동자에게 출근을 강요했다"며 "그 노동자는 하위 고과를 계속 받은 걸로 끝난 게 아니라 하위 고과를 이유로 희망 퇴직까지 권유 받았다"고 했다.
김성용 금속노조 삼성SDI 울산 지회장은 "노조에 가입돼있기 때문에 상위 고과를 줄 수 없다는 설명을 여러 번 들었다"고 전했다. 여환덕 금속노조 삼성SDI 천안 부지회장은 "관리자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성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라인'이 생기고 줄 세우기가 발생한다"라며 "하위 고과 강제 배분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성과급제' 드라이브에도... 전문가들 "타당하지 않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직무·성과급제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정흥준 교수는 "한 회사의 임금 체계라는 것은 각 산업에 적합한 경쟁력을 고려해 노사가 결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특정한 임금 체계를 주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정 교수는 "한국 사회의 임금 문제는 연봉제냐 성과급제냐 등 임금체계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원청과 하청간의 이중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장은 "임금 체계는 비단 임금 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사제도 전체의 변화 맥락에서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며 "정부가 그저 임금 체계 개편만 단기간에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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