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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시민들이 강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에서는 규모 7.8,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80여 차례 여진이 일어나 건물 5600여 채가 붕괴했다.
2월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시민들이 강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에서는 규모 7.8,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80여 차례 여진이 일어나 건물 5600여 채가 붕괴했다. ⓒ 아다나 A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 이상의 연쇄 대지진으로 4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면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과 절규가 쏟아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할 당시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자고 있었던 미 CNN 방송 기자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몇 달에 한 번씩 느끼는 작은 지진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떨림은 점점 더 강해졌고, 우리는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바깥은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코트와 신발 등을 급히 챙겨 나와서 차를 타고 공터로 가는데, 구급차와 소방차가 줄지어 구시가지로 향했습니다. 구시가지에는 (다른 곳보다) 더 오래되고, 부실한 건물들이 많습니다.

여진은 계속 찾아왔고, 일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사람들은 가지안테프를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차량이 몰리는 데다가 지진으로 도로가 부서지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에 갇혔습니다. 나와 부모님은 집보다 안전한 대피소로 옮겼고, 관공서 직원들이 물과 빵을 나눠줬습니다. 여진을 대비해 실외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만, 영하로 떨어진 체감온도 탓에 부모님은 실내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10개 주에서 5606채의 건물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너진 건물과 도로, 부상자와 슬퍼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튀르키예의 한 남성은 "집 밖으로 나오자 아마겟돈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세계문화유산도 훼손... 형체 없이 사라진 유적 
 
 튀르키예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무너진 고대 유적 가지안테프 성의 '전과 후'를 보여주는 트위터 게시물
튀르키예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무너진 고대 유적 가지안테프 성의 '전과 후'를 보여주는 트위터 게시물 ⓒ 트위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유적들도 훼손됐다. 2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가지안테프 성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 소셜미디어에는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발생 전과 후를 비교하는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건물이 노후되고, 구조 및 의료 지원도 부족한 시리아 주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도 가족과 친척의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가족들이 갇혀 있는 건물 잔해 앞에서 울부짖는 한 여성의 영상이 올라와 누리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진 피해가 큰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지역에서는 공항까지 파괴되면서, 구조대가 인근 지역의 다른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3시간이나 더 달려야 피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진·강추위·교통망 훼손... 구조대 '삼중고' 
 
 가족들이 갇힌 건물 잔해 앞에서 울부 짖는 한 여성
가족들이 갇힌 건물 잔해 앞에서 울부 짖는 한 여성 ⓒ 틱톡
 
무너진 한 건물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여성은 "두 손자와 며느리가 이 안에서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AP통신은 "여진의 두려움, 영하의 기온, 눈과 비, 교통망 훼손 등이 구조대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방위 구조대는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터키쉬 파라메딕'은 트위터 계정에 한 어린이를 구조하는 영상을 올리며 "긍정적인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사망자가 너무 많아 영안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좌절했다.
 
 붕괴한 튀르키예 건물서 구조작업 벌이는 구조대원들
붕괴한 튀르키예 건물서 구조작업 벌이는 구조대원들 ⓒ EPA/REFIK TEKIN/연합뉴스
 
시리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영국인 의사 샤줄 이슬람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서 최악의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주기 위해 다른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병원 입구에서부터 어떤 환자를 구해야 할지 결정하고, 어떤 환자는 그냥 포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일하면서 항상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으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튀르키예#시리아#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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