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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10년간 다녔던 회사에서 퇴사하였습니다. 오래 일한 만큼 퇴직금도 많이 쌓였습니다.

그런데 3달이 지나도 퇴직금이 입금되지 않기에 A씨는 고용노동부에 찾아가 진정을 제기하고, 조사를 받으며 고소장도 제출하였습니다.

며칠 뒤 회사 대표이사 B씨가 연락이 오더니 "내가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데, 1달 후 반드시 퇴직금을 줄 테니 진정을 취하해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하였습니다. 마음이 약해진 A씨는 진정을 취하했습니다. 

진정(고소장) 취하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귀하는 임금 등 체불 사건과 관련하여 체불 업주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위 의사표시는 철회할 수 없으며 같은 내용으로 다시 신고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입니다. A씨는 별생각 없이 그 옆에 서명날인 했습니다.

그런데 1달이 지나도 B씨는 퇴직금을 입금하지 않았고, 이제는 연락조차 받지 않습니다. A씨는 화가 나서 다시 고용노동부에 찾아갔지만 '한 번 취하한 것은 다시 고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연자실하게 돌아왔습니다. 이제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액 체당금 신청과 민사소송입니다.

그러나 퇴직금 체당금은 퇴직 직전 3년간의 퇴직금, 최대 1000만 원까지만 지급됩니다. 10년이나 일한 A씨의 퇴직금에는 한참 못반 미치는 금액이지요. 따라서 나머지는 민사소송을 통하여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형사적인 압박이 동반되지 않은 민사소송은 결코 쉽지 않은 싸움입니다. 돈을 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의 지갑을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형사소송법의 규칙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되었는데 B씨가 순순히 퇴직금을 내어줄까요?

형사소송법은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물론 대부분 범죄의 경우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하여 수사할 수 있어서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가해자가 처벌받는 방법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임금체불(근로기준법 위반)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기소할 수 없고 형사재판 중이라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이 이에 속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이 친고죄인데, 친고죄는 피해자 기타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으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로, 모욕죄, 사자명예훼손죄 등과 같이 법문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는 범죄입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당사자의 고소나 처벌의사가 필수적이므로, 이것이 철회되면 같은 사건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만 아니라면 취하한 고소사건의 가해자를 처벌하기 쉬울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고소 취하한 사건에 대해서 다시 경찰서를 찾아갈 경우 사건을 쉽게 접수해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합의할 때 하더라도 반드시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만일 가해자 쪽에서 합의를 제안하면 서두르지 마시고 변호사와 상담을 받아보신 후 진행하기를 권유합니다. 고소를 취소하면 다시 고소하지 못합니다.
 
 조수아 변호사
조수아 변호사 ⓒ 용인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조수아 법무법인 동천 변호사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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