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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담당 편집기자로 일하며 더 좋은 제목이 없을까 매일 고민합니다. '우리들의 삶'을 더 돋보이게 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편집기자의 도움 없이도 '죽이는 제목'을 뽑을 수 있도록 사심 담아 쓰는 본격 제목 에세이. [편집자말]
 토크쇼&퀴즈쇼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토크쇼&퀴즈쇼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 tvN

텔레비전을 즐겨보지 않지만 몇몇 예능은 챙겨보는 편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렇다. 첫 방송부터 마음에 들었다. 원래 방송 콘셉트는 유재석씨와 조세호씨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시민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는 거였다. 나에게는 그것이 영상으로 보는 (혹은 듣는) 사는 이야기 같았다. 내가 사는 이야기를 보고 느낀 감정이나 감동을 이 영상에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는 즉시 맞히고 싶다

코로나 이후에는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게스트를 스튜디오에 초대하는 콘셉트로 바뀌었지만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 방송 덕분에 화제가 되어 만나고 싶었던 사람, 몰랐던 일의 세계, 궁금했던 인물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글을 정독하듯 영상을 응시했다. 책이었다면 밑줄 좀 쳤을 것 같은 문장들이 출연자들의 음성으로 읊어졌을 때 나의 계속 그 말을 되뇌었다. 잊지 않으려고. 글쓰기에서 인용하면 좋을 문장들이 출연자들의 입에서, 방송 자막으로 차고 넘쳤다. 때론 부러 적기도 했고, 놓친 말들은 블로그나 기사를 찾아가면서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가 연예뉴스 기사 제목을 유추해보기도 했다. '이 워딩은 제목으로 쓰기 딱 좋겠다' 싶은 것들은 실제 같은 제목으로 기사화 되기도 했다. 그게 재밌어서 '이 제목으로 기사가 될까, 안 될까?' 혼자 내기도 해봤다. 혼자 하는 내기가 뭐 그리 재밌을까 싶지만 나름 진지했다. 

설명이 다소 길었는데 내가 이 프로그램에서 정말 몰입해서 보는 코너는 따로 있다. 바로 퀴즈 시간이다. 인터뷰 끝에 진행자들이 출연자에게 "퀴즈를 맞히겠냐?"라고 물어서 동의하면 문제를 내는데 그게 나름 재밌고 짜릿하다. 왜냐고? 맞히면 '현금' 100만 원을 주기 때문이다! 퀴즈를 맞힌 사람들이 현금 100만 원을 받으면서 "진짜 주는 거냐?"라고 묻는데, 방송에서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어찌나 부럽던지.

정답을 맞히지 못해도 출연자들은 '자기백(상품이 적힌 공들을 모아둔 가방)'에서 상품을 하나 고를 수 있는데(이걸 보고 나는 제작진이 참으로 인간적이라 생각했다), 이것도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시간이다. 내가 받는 것도 아닌데! 

퀴즈 문제를 들으면서 아는 문제면 "아싸, 맞혔다", 모르는 문제면 "이건 나도 모르겠는 걸", 아는 문제인데 기억이 나지 않으면 "아, 이거 뭐였더라... 아는 건데 왜 생각이 안 나니", 비슷하게라도 맞히면 "아, 그래도 맞잖아" 하는 다양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이게 뭐라고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가끔 독자에게 퀴즈를 내는 형식의 제목을 만날 때 이와 비슷한 감정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가령, 이런 제목을 보게 되었을 때가 그렇다.

'달달한 수박은 꼭지가 싱싱해? 시들해?'

퀴즈형 제목이 주는 효과
 
 퀴즈를 내는 것은 '집중'의 효과를 준다고 한다. 자료사진.
퀴즈를 내는 것은 '집중'의 효과를 준다고 한다. 자료사진. ⓒ 픽사베이

나를 콕 집어서 물은 것도 아닌데, 맞힌다고 상금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맞혀야 할 것 같다. 내 안에서 스멀스멀 도전 의식이 피어오르며 문제를 풀려고 애써 머리를 굴려본다.

우선 마트에서 수박을 샀을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평소 수박을 살 때는 수박 꼭지보다 배꼽같이 생긴 수박 밑동의 크기를 확인하는 편이다. 어느 방송에서 그 크기가 작을수록 잘 익은 거라는 말을 들어서다.

그런데 가만있자, 꼭지라... 꼭지가 싱싱하면 딴 지 얼마 안 된 수박이긴 한데 그것이 당도와 상관있을까? 의심스러웠다. 동시에 수박 꼭지가 시들하면 익기는 많이 익은 것이니 이제 막 딴 것보다 단맛은 더 있지 않을까? 합리적인 추론도 해냈다. 

정답은? 같은 당도라도 수분이 적은 것이 더 단맛이 나기 때문에, 시든 꼭지를 사는 것이 좋다는 거였다. 아싸, 맞혔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나 하나뿐일 것 같지 않다. 퀴즈를 접했을 때 맞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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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 제목 가운데 퀴즈형 제목으로 보이는 몇 가지를 추려봤다. 기존에 많이들 알고 있을 법한 사실에 대해 '네가 아는 그거 맞아? 진짜 제대로 아는 거 맞아?' 하고 의문을 제기해서 독자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흔들어 보고 싶을 때, 혹은 전혀 뜻밖이거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주려는 의도로 낸 제목임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실제 퀴즈를 내는 것은 '집중'의 효과를 준다고 한다(수업 시간에 퀴즈를 자주 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학생들이 집중력 있게 수업을 더 잘 이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단다). 이전 기사에서 '모순'적 표현이 주는 효과도 집중이라고 쓴 바 있는데 여러모로 편집기자는 어떻게든 독자의 관심을 끌어모을 만한 표현을 연구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나른한 봄날이다. 오는 잠도 확 깨는 그런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퀴즈 한번 내보는 건 어떨까? 신문을 펴거나, 잡지를 보거나, 모바일로 기사를 확인할 때 그저 그런 문장들 가운데 퀴즈를 내며 다가오는 제목이 있다면 나라도 시선이 먼저 갈 것 같다(전제는 당연히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제목에 대한 모든 질문을 환영합니다. 기자에게 쪽지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시면 새로운 글에서 응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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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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