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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담당 편집기자로 일하며 더 좋은 제목이 없을까 매일 고민합니다. '우리들의 삶'을 더 돋보이게 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편집기자의 도움 없이도 '죽이는 제목'을 뽑을 수 있도록 사심 담아 쓰는 본격 제목 에세이. [편집자말]
제목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인터넷 언론사에서 편집기자로 오래 일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것을 계산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어느 블로거 때문이다. 그가 '(OO 책에서) 제목은 23자 이내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며 블로그에 꾸역꾸역 적어놓은 걸 보고나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누가 글자 수를 세면서 제목을 뽑나 싶었다. 바쁜데 언제 글자 수를 세고 있냐는 말이다.

아마도 그건 내 업무 환경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종이신문 편집기자가 아니니까. 온라인에만 기사를 싣기 때문에 컴퓨터(PC) 화면 기준으로 가급적 제목이 한 줄로 끝나게 하자는 큰 원칙 정도만 있었다.

제목의 길이
 
 제목의 길이
제목의 길이 ⓒ elements.envato
 
다만, 제목은 문장이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신입기자 시절부터 PC 화면 기준으로 두 줄 제목이 되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보기에도 예쁘지(!) 않다(보이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배웠다. 가급적 배운 것을 지키려고 했다.

긴 제목은 그 글의 핵심이 직관적으로 한 번에 독자들에게 닿지 않을 수 있다. 독자가 두세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은 실패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핵심만 임팩트 있게! 제목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급적 그렇게 제목을 뽑아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또 다른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분 역시 어떤 책에서 제목은 몇 자 이내로 써야 한다는 글을 밑줄 쫙, 별표까지 그려 놓으며 또박또박 적어두었다. 뭐야, 이런 내용이 벌써 두 번째잖아. 그제서야 확인해보고 싶었다. 한 줄에 몇 글자가 들어가는지. 

<오마이뉴스> 인터넷 화면에서 보이는 웹사이트 가로 기준으로 한 줄을 꽉 채우려면 띄어쓰기 없이 23자가 필요했다. 띄어쓰기를 고려한다면 15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보통 그렇다는 것이고, 때에 따라 아주 짧은 제목을 쓸 때도 있고, 줄 바꿈을 해서 더 긴 제목을 뽑게 될 때도 있다.

PC 화면 기준으로 한 줄이 넘는 제목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여지거나 공유될 때, 카카오톡에 공유될 때 또는 핸드폰, 패드, 노트북 등 어떤 디바이스로 보느냐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반드시'는 아니다.

글자 수를 세어가며 제목을 뽑지 않는 내가 삼는 기준은 단순하다. 긴 제목은 한 줄이 꽉 차거나 넘치는 경우다. 짧은 제목은 중간 전후 혹은 이전에 끝나는 길이다(글자 수를 세어보지는 않지만 미리보기 화면을 통해 여백이 어느 정도 되는가는 확인하는 편이다). 문장의 길이가 중간쯤 되는 제목이 읽기도, 보기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여백 있는 문장이 좋다고 생각하며 일을 할 때도 그러는 편이다.

'제목을 짧게 쓰라'는 건 문장 자체를 짧게 쓰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조사를 빼거나 어순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줄일 수 있다. 긴 제목을 볼 때마다 조사를 빼거나 하는 방식으로 더 짧은 제목을 만들어 본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읽히기 쉽게 요리조리 레고블록 조립하듯 문장을 맞춰본다.

아래의 제목은 기존의 제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더 줄여 본 것이다. 더 줄일 수 있는 독자가 있다면 더 줄여보시라. 제목을 뽑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

이슬아 작가의 글은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까
> 이슬아 작가는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까

욕 좀 가르쳐 달라는 아이, 그것도 창의적인 욕으로
욕 좀 가르쳐 달라는 아이, 그것도 창의적인
> 창의적인 욕 좀 가르쳐 달라는 아이

2년 만에 다시 요가... 하고 나서 알게 된 것들
2년 만에 다시 요가원에 가서 알게 된 것들
> 2년 만에 요가원에 가서 알게 된 것들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엄마도 불안합니다
>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 엄마도 불안합니다


어떤가. 줄이니까 더 한눈에 들어오고 무슨 이야기 하는 기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보이지 않나?

글자 수에 맞춰 제목 뽑기
 
 2011년 한국편집기자협회가 발간한 <세상을 편집하라>에 소개된 '제목 달기 훈련'에서도 '글자 수에 맞춰 제목을 뽑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한국편집기자협회가 발간한 <세상을 편집하라>에 소개된 '제목 달기 훈련'에서도 '글자 수에 맞춰 제목을 뽑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elements.envato

대학신문사에서 학생 기자로 일할 때는 전체 신문 디자인에 따라 제목 글자를 늘리거나 줄일 때도 있었다. 판형에 맞춰 기사 배열이 끝났는데 공간이 너무 휑하거나 비어 보이면 디자이너 선배들이 나를 불렀다. "여기 제목 두 글자만 더 늘려주면 안 될까?" 

제목으로 안 되는 경우엔 사진을 키우기도 했지만, 레이아웃을 변경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기사 제목이나 본문을 줄여야 했다. 반대로 제목이 너무 긴 기사들이 많으면 이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여기 너무 글자가 많아서 빡빡해 보이는데, 이 기사 제목 좀 줄여줘."

종이신문에서는 익숙할 풍경이다. 디자인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보기가 좋아야 독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다. 인터넷 신문도 그럴 때가 있다. 썸네일 크기에 제목 길이를 맞춰야 할 때가 그렇다. 이는 기사를 배치할 때 종종 생기는데, 전체 판을 보고 눈치를 챙겨서 순발력 있게 제목을 줄이거나 늘리는 센스가 필요하다.

2011년 한국편집기자협회가 발간한 <세상을 편집하라> 중 '편집능력, 이렇게 키워라'에서 소개된 '제목 달기 훈련'에서도 '글자 수에 맞춰 제목을 뽑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물론 오프라인 신문 기준이지만 온라인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본다, 아 물론 글자 수를 세라는 말은 아니다). 
 
"신문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제목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수는 대체로 8~12자이다. 따라서 기사를 8~12자로 압축하는 제목달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띄어쓰기를 고려한다면 15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내 의견과 거의 비슷하다(물론 나는 글자 수를 세지 않고 미리보기 화면으로 미루어 짐작하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기본 가이드다. 8자보다 적은 글자의 제목도, 12자보다 긴 제목도 가능하다는 말이다(지면의 한계로 인한 제한은 제외하고). 

편집기자들이 제목을 뽑을 때 이런 훈련을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 '제목은 기사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독자의 눈길을 단번에 끌어당길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목의 길이에 대해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다. 제목이 글의 핵심을 담고 있지 않는 순간, 늘어지는 순간, 지루해지는 순간, 무슨 말인지 와닿지 않는 순간, 독자의 눈길은 '얄짤없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그걸 원하는 편집기자가 있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없다. 글을 쓰는 사람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제목의이해#글쓰기#시민기자#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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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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