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학부모가 매달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지역별 천차만별인 것으로 조사됐다.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 사교육을 시킨다는 답변 역시 크게 높아 이에 대한 지역 사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용인시가 최근 공개한 2022년 사회조사 조사 결과를 보면, 용인시 사교육이 가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 달 사교육비 100만 원 훌쩍, 서민 부담 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용인 학부모 중 93.5%가 사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동안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가구당 106만 원으로 조사됐다. 학생 1인당으로 따지면 69만 원이다. 2016년과 비교하면 가구당 24만 원, 학생당 14만 원이 늘었다.
수지구와 인접한 성남시는 가구당 27만 원으로 용인 평균보다 높으며, 기흥구와 접한 수원시는 98만 원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지구가 가구당 127만 원인데 반해 처인구는 수지구의 절반 수준인 68만 원으로 격차가 크다. 가구별 월평균 수익으로 나누면 격차는 심각해진다. 수익이 8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월평균 151만 원을 지출한다. 반면 300~400만 원을 버는 가구는 79만 원을 지출한다. 학생 1인당으로 계산하면 50만 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용인에 거주하는 학부모 10명 중 9명이 사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나온 가운데,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학원에 다니는 이유를 살펴보면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 받는다'고 답한 비율이 37.5%로 가장 높다.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가 13.9%로 뒤를 잇는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항목이 나온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라고 답한 비율이다. 용인 전체로 보면 4.6% 정도다. 하지만 가구 수익별로 보면 심각한 문제점이 나온다. 가구 평균 수익이 100~200만 원 미만인 가구에서 이 항목에 대한 답변율은 무려 34.9%에 이른다. 공동체가 나서 공공보육과 교육 역할을 책임지면 그만큼 교육 영역을 넘어 복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교육이 가정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할 수 있는 조사가 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이유를 보면 '자녀가 원치 않아서'라는 답변이 40.8%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 항목은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로 22.3%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답변 비율이 가장 높은 가구의 월평균 수준은 600~700만 원으로 43.6%에 이른다. 100~200만 원 미만 가구 39.6%보다 높다.
방학에도 혼자, 학원이 유일한 즐길거리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기흥구에 거주하는 동현(가명)이 부모는 걱정이 많다. 맞벌이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현이가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방학 때는 오후 1시까지다. 이후 피아노, 영어, 수영, 보습학원까지 마치면 저녁 8시가 훌쩍 넘는다. 학원비만 70만 원이 조금 넘는다.
동현이와 함께 학원에 다니는 재호(가명)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기 때는 그나마 학교에서 오후 2시까지 보내면 오전 근무를 하는 엄마가 집에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방학 때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택할 수 있는 것은 학원뿐이다.
동현이 부모 박아무개씨는 "상당히 안타깝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주변에 함께 학원 갈 친구가 없다면 이마저도 힘들다"라며 "돌봄이나 방과 후 수업외 공공 영역에서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대책이 너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씨가 한 달에 버는 수익 절반은 사실상 아이 학원비로 고스란히 나가고 있단다.
학원에서도 이런 상황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상갈동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유아무개씨는 "원생 중 정말 갈 곳이 없어 수업 시간 외에도 도장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다수 있다"라며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학원에서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