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세계 어느 지역에라도 미사일을 보내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이는 미국도 아는데 다만 정치적으로,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뿐 군사전략가들은 다 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부재하거나 잘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허접하게 보고 쿡 찔러 보는데, 감당할 수 없다. 북한은 허투루, 함부로 볼 상대가 아니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위기의 악순환이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경남평화회의(의장 김영만)가 14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연 '윤석열정부와 한반도 전쟁위기의 구조' 강연 중 이같이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이 고조됐다는 우려다.
김 의장은 "국제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인데다 윤석열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의 전면화, 그리고 미국·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양·태평양전략, 북한의 강대강 전략 등이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양·태평양전략과 관련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것인데, 인도와 호주는 발만 걸쳐놓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우리 전략으로 가져오면서 '한국판 국가전략'으로 천명했다"며 "미국은 뒤로 물러서 있고 일본이 주도해 대한민국을 총알받이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고, 그것이 한반도에서 충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에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했다. 그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이성적인 접근인 것이다. 지금 전쟁위기가 높은데 윤석열정부와 우리 국민은 그 위기 상황을 모른다"라며 "전쟁은 자비가 없고, 윤리와 도덕도 없다. 터지면 유일한 가치는 생존이다. 모든 게 사라진다. 해답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한반도는 70년 동안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지금 정부와 보수 쪽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체제에서 전쟁체제를 지키겠다는 게 안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를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안보가 아니다. 전쟁을 끝나는 게 안보의 시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은 규모와 질에 있어 사상 초유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이러지는 않았고, 대놓고 공격하지도 않았다"며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늘 위협·위험성이 떨어진다", (우리 군대에서) 탱크와 포를 결합한 무기가 그동안 없었느냐", "미사일이라는 게 유도탄 아닌가" 등의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한 김 의장은 "대통령의 무지, 무개념이다"라고 고집었다.
북한 소형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선 "처음에 우리는 '정체불명'이라고 했다가 한 대도 찾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러다가 사흘만에 북한 소행이라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우리도 북한에 침투시키라'고 했다. 이는 휴전체제 위반이고 전쟁 지시"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해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우리의 생존권 문제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지금 하는 걸 보면 어마어마한 위기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위기다. 해외에 나갔다 하면 사고를 치니 외교도, 평화도, 대한민국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 해군 소양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욱일기를 휘날리는 이즈모함을 향해 경례했던 행위를 설명한 김 의장은 "미국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할을 쌍수를 들고 반기는 상황이다. 미국도 일본도 한반도를 포기한 적이 없다. 사실 일본은 한번도 이 땅을 정치적으로 포기한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일촉즉발'이라 표현한 그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대놓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미국 핵항공모함이 부산항에 들어왔을 때, 북은 평양~부산항과 같은 거리만큼 미사일을 쏘는 훈련을 했다고 <노동신문>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군이 어떤 군사훈련을 하거나 무엇을 쏘면 북도 같이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의 신형 무기인 '고체연료 ICBM'과 '화성포 17형' 등을 언급한 김 의장은 "북은 이미 초음속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속도가 마하23이라고 했다. 북에서 그것을 쏘면 미국 본토까지 20~30분 사이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포착, 대응이 안 된다. 결국 미국의 선택은 관계 정상화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평화 실천이 해답이다"고 재차 강조한 김진향 의장은 "국내 통일시민사회가 주권자로서 전쟁을 끝내자고 해야 한다. 전쟁 반대가 아니라 전쟁을 끝내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류가 중요하다. 우선 해외동포들이 북에 가서 왕래, 체류해야 하고 남쪽에도 와야 한다. 거기다가 시민사회가 공세적으로, 능동적으로 북측 방문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3월 한반도 자주평화 경남도민회의 개최
김진향 의장 강연에 이어 경남평화회의가 진행됐다. 김영만 의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북핵이 우리가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하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김진향 의장의 강연을 들으니 그런 말을 함부로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운을 뗐다.
김영만 의장은 "요즘은 안녕하느냐고 묻지도 못할 정도다"며 "한반도 전쟁위기에다 공안탄압 등 여러 문제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데, 시민사회가 나서서 퇴진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몇 달 전만에도 시민사회가 대책위를 구성할 때 퇴진 이야기를 꺼내면 역풍을 맞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온 것 같다"며 "이제는 시민사회가 '윤석열 퇴진' 용어를 공식적으로 담아서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평화회의는 올해 다양한 '평화행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오는 3월 11일 '한반도 자주평화 경남도민대회'를 열고, 3월 초순에 18개 시군별로 평화행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정전협정 70년'을 맞아 '한반도 전쟁반대 평화실현 서명운동'과 지지선언을 진행하기로 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미국과 일본, 윤석열의 전쟁을 향한 무도한 질주를 막아야 한다"고 결의하면서 "전쟁 책동 중단하라", "한미전쟁연습 중단하라", "평화협정 체결하라"고 외쳤다.
평화회의에는 황철하 6·15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지수(창원의창)·송순호(마산회원) 지역위원장과 이흥석 경남도당 부위원장, 문순규 창원시의회 부의장,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공명탁 목사, 백남해 신부(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 고승하 작곡가, 김유철 시인,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 김재명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경남연합 의장, 허연도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 정동화 전 창원진보연합 대표, 양미경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