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표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표지 ⓒ 다산초당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2018년 루게릭 병을 진단받아 투병하다 2022년 1월 세상을 떠났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저자는 스웨덴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며 스물여섯 살에 임원으로 지명되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연 숲속 승려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17년 동안 엄격한 규율 속에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명상 전도사로 제3의 인생을 살았다. 이 책의 부제가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인 것처럼 그가 길고 긴 수행 끝에 얻은 깨달음, 알아차림의 과정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성경처럼 필사하면서 고요와 불안을 물리쳤다고 하는 독자도 있고, 평생 한 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겠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 25개국에 수출되면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겸손함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필요로 하는 순간, 의미를 찾아야 하는 순간에 자신이 옳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얼마나 큰 오만이고 심각한 오류인지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잠시 멈추어 자기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우리 자신에게는 무조건 너그럽고 관대하듯이 주변 사람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확실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130쪽)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끝까지 부여잡고 있는 삶의 끈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끊은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확신은 없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 그것이 옳은 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로 전장으로 향한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받고 피투성이가 되기도 하기에 서로를 보듬어 주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그 어떤 순간에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겠다. 최소한의 선의를 보여주려는 노력들이 모여 좀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지식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하지만, 지혜는 모르는 것 앞에서 겸손하다'(118쪽)는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무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진정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혜로우면서 자기답게 살 수 있는 방법, 내려놓고 품위 있게 사는 방법, 현명하고 겸손하게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우리에게 허락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답고 강한 힘을 겉으로 드러내면서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273쪽)

마지막으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죽음에 대해 사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어둡고 두려운 상태로 생각하여 언급하기를 피하고 거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환한 얼굴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때로는 고요한 마음으로 삶을 들여다보고 정돈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의 축적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완벽하게 옳을 수도, 완벽하게 정확할 수도 없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조금은 안온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마음이 어지럽고 시끄럽다고 느끼는 순간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리커버)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은이),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긴이), 다산초당(다산북스)(2022)


#내가틀릴수도#마지막인생수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